BOOK

[청흑/샘플] 판타지~현대(호그와트AU)

몽상누리 2016. 1. 21. 18:25

“너, 이름이 뭐야?”

 

아오미네의 물음에 기계적으로 페이지를 넘기며 책을 읽던 소년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그리고 소년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저를 바라보았을 때, 아오미네는 다시 한 번 소년의 눈동자가 맑고 곧음을 확인했다. 맑은 하늘색 눈동자에는, 마치 거울처럼 제 얼굴이 담겨져 있었으니 말이다.

 

“쿠로코 테츠야라고 합니다.”

 

연약한 인상과 달리, 그리고 그의 눈빛과 같이 그의 목소리는 또렷했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듣기 좋은 부드러운 목소리와 어조는 시답지 않은 농담을 주고받는 아오미네의 또래 친구들과 다른 느낌이었다. 가볍게 던진 아오미네의 물음에 돌아온 소년의 말투 역시 제 또래의 것이라기에는 어른스러웠고 말이다.

 

“난 아오미네 다이키. 1학년이야. 너는?”

“저도 1학년입니다.”

 

쿠로코는 그렇게 말하며 빙긋이 웃었다. 그런 쿠로코의 미소에 힘입어, 아오미네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자신의 부모님 역시 테이코를 졸업한 마법사로, 아오미네는 어릴 적부터 이 학교에 입학하기만을 기다려왔고, 입학허가서가 날아왔을 때에는 무척이나 신이 났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아오미네의 이야기를, 쿠로코는 지루해하는 기색도 없이 들어주었다. 그에 더 신이 난 아오미네는 쿠로코에게 질문을 던졌다.

 

“테츠는 어땠어?”

“입학 허가서가 날아왔을 때는 깜짝 놀랐습니다.”

 

갑작스레 애칭을 부르는 아오미네의 모습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쿠로코는 굳이 그의 언어 선택에 반박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물음에 순순히 대답을 내놓았다.

 

“어째서? 어렸을 때 이야기 못 들었어?”

 

이해할 수 없다는 아오미네의 물음에 쿠로코는 대답 대신 짧게 웃어보였다. 그리곤 아오미네에게 학교에 대해 알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다. 그에 아오미네가 의기양양한 얼굴로 입을 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테츠도 우리학교에 다섯 가지 기숙사가 있는 건 알지? 용기를 상징하는 게 청색의 토오, 끈기를 상징하는 게 황색의 카이조, 지식을 상징하는 게 녹색의 슈토쿠, 야망을 상징하는 게 적색의 라쿠잔, 마지막으로 화합을 상징하는 게 자색의 요센이야. 기숙사 배정은 아마 오늘 저녁에 이루어지겠지만 나는 아마 토오일거야.”

“그걸 어떻게 확신합니까?”

“딱 봐도 그렇게 보이지 않아?”

 

능청스러운 아오미네의 모습에 쿠로코가 어이없다는 듯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지지 않는 내용입니다~

 

 

 

“나는 미도리마 신타로라고 한다. 미안하지만 그 멀린 카드, 이 카드들과 바꾸지 않겠나.”

“에? 이게 그렇게 좋은 카드야?”

 

아오미네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카드를 이리저리 뒤집어가며 살폈다. 그러나 그리 좋은 카드로는 보이지 않았다. 사진이 예쁘고 가슴 큰 언니도 아니었고, 그냥 수염 난 할아버지인데다가 카드의 레어(rare)도를 나타내는 별은 딱 하나. 그야말로 길거리에 채이는 수준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으니.

 

“하지만 나는 그게 필요하단 말이다! 오늘 오하아사 방송에 따르면 게자리의 럭키 아이템은 멀린 카드! 하지만 한 장도 찾을 수 없었단 거다….”

 

미도리마라는 소년은 절망하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런 미도리마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쿠로코는 아오미네의 손에서 멀린 카드를 빼어 들었다. 그리곤 망설임 없이 그것을 미도리마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에 미도리마는 감격한 얼굴로 그 카드를 받아들었지만 쿠로코는 태연했다.

 

“고맙다는 것이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다는 거다!”

“괜찮습니다. 오늘 하루 행운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쿠로코의 말에 미도리마는 몇 번이고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객실을 떠나갔다. 그가 떠난 뒤 남은 것은 산더미 같이 쌓인 개구리 초콜릿과 몇 장인지 모를 카드, 그리고 강낭콩 젤리와 세 사람뿐이었다. 미도리마를 조금 더 약 올리다가 카드를 건네줄 생각이었던 아오미네는 생각보다 짧아진 실랑이에 입을 비죽거리며 미도리마가 놓고 간 카드를 살폈다. 제일 구하기 어렵다는 별 다섯 개 카드도 몇 장 보였지만 사실 딱히 카드 수집에는 관심이 없는 아오미네였다. 객실 안의 그 누구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에, 아오미네는 카드를 다시 한쪽 구석에 던져놓았다.

 

“저기, 이번에는 젤리 먹어보지 않을래?”

 

미도리마가 던져두고 간 초콜릿 몇 개를 집어먹던 모모이는 그동안 궁금했는지 젤리가 든 봉지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여러 가지 맛이 나는 젤리. 그래도 마법 학교로 가는 기차 안에서 파는 것이니 좀 더 특이한 맛이 있지 않을까 하고 궁금해 했던 모양이었다. 아오미네와 쿠로코의 응수에 포장을 뜯은 모모이는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그러나 젤리에서는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냄새 방지 마법을 건 모양이라며 모모이는 작게 투덜거렸다.

 

“두 사람은 무슨 색 먹을래? 나는 분홍색!”

“나는 파랑.”

“저는 그럼 하늘색으로 하겠습니다.”

“좋아. 그럼 하나, 둘, 셋 하고 먹는 거야. 하나, 둘, 셋!”

 

모모이의 목소리를 신호로, 세 사람은 나란히 입에 젤리를 넣었다. 오물거리며 젤리를 씹은 모모이는 말했다.

 

“복숭아 맛이야. 테츠 군은?”

“아무 맛이 안 나는데요…. 물맛인 것 같습니다. 아오미네 군은요?”

 

아오미네는 대답하지 않았다. 혹시 몰라 슬쩍 씹지 않고 핥아봤지만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에이, 뭐 죽기야 하겠어. 그런 생각을 하며 아오미네는 천천히 작은 젤리를 깨물었다. 그리고 절규했다.

 

“이거 푸른곰팡이 맛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