短/ 손을 뻗으면, 바로 당신에게 닿는 거리에서
손을 뻗으면, 바로 당신에게 닿는 거리에서
먼저 손을 놓아버린 것은 그 자신이었다.
그 일은, 모든 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었다는 것, 그리고 그를 떠날 이유로는 합당치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오미네는 그를 떠났다. 그의 손을 먼저 놓아버렸고, 그를 피했다. 그의 눈동자는 그 누구와도 달랐고, 자신과는 현저히 달랐다. 자신은 모든 것을 포기했지만, 그는 자신보다 열등한 조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때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강한 의지를 담은 눈. 어쩌면 아오미네가 그를 떠난 것은 그 눈이, 그 의지가 두려워서였는지도 몰랐다.
그를 떠나보낸 후, 아오미네는 제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생각보다 그것이 자신에게 큰 여파를 미칠 것임도 함께. 하지만 아오미네는, 그를 찾을 수 없었다.
분명 모모이한테 찾아달라고 말하기만 한다면 그를 찾기란 쉬울 일일 터였다. 하지만 그는 쿠로코를 찾지 못했다. 아니, 그를 잡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손만 뻗으면 닿을 그 거리에서, 손을 잡지 않고 밀쳐낸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 그에 따른 죄책감과 일말의 자존심. 그것이 그를 찾지 못하게 아오미네를 얽매었다. 그리고 그것은, 세이린과 토오가 맞붙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하지만 쿠로코를 다시 만났을 때, 아오미네는 그의 모습이 변하지 않았음을 알아챘다. 연한 물빛을 띄는 눈동자는 언제나 자신을 바라보던 진실 된 눈동자였다. 그래서 그는 실망했고, 안도했다. 변하지 않은 그의 모습이 좋았다. 하지만 그 눈동자는 다른 이를 향하고 있었고, 그는 제가 했던 말과는 달리 과거와 같은 모습이었다. 그런 눈을 가진 사람도, 바뀌지 못했는가. 그렇다면 자신에게는 희망이 없는 것인가. 그리고 쿠로코는 더 이상 제 옆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인가. 그러한 실망에, 아오미네는 쿠로코에게 상처가 될 것임을 알면서도도리어 험한 말을 내뱉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곧 그 말이, 아오미네는 제가 한 말이 그를 바꿔놓았음을 깨달았다. 다시 그와 마주했던 날, 아오미네는 그의 눈동자가 바뀌었음을 깨달았다. 그의 옆에 있는 카가미의 눈동자 역시 바뀌었음도 함께. 두 사람의 눈동자에는 서로를 향한 신뢰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오미네에게 열등감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늘 제 그림자로서 함께 있었던 이였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그림자가 아니었다. 흐릿하지만 또 하나의 빛으로서, 카가미의 옆에 서 있는 또 하나의 개체였다. 더 이상 빛에 딸린 그림자가 아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았을 때, 아오미네는 전과 다른 의미로 실망했다. 언제까지나 그는 그림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그림자가 아니었다. 언제든 남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존재였다. 아마도 제 손은 더 이상 그에게 닿지 않으리라
세이린에게 패한 후, 아오미네의 의욕은 살아나지 않았다. 딱히 그것이 믿기지 않는다거나, 대적할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다거나 그런 것이 아니었다. 단지 허탈했다. 쿠로코에게 져서 자존심이 상한다거나 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그는 모든 것을 잃은 것 같았다.
동료도 없었고, 농구에서도 패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그에게 충격이었던 것은, 더 이상 쿠로코가 없다는 것이었다. 쿠로코와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내심 그는 언제든지 제가 손을 내민다면 그는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러한 그의 믿음은 산산조각이 난 것이다. 아니, 그것은 믿음이라기보다는 오만이었으리라. 그리고 그는 오만에 대한 벌을 받은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쿠로코가 제게 슛을 알려달라며 돌아왔을 때, 아오미네는 제 눈과 귀를 의심했다. 다시는 만날 일이 없으리라고, 아니 그러지 못하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아오미네에게 슛을 알려 달라며 다가왔다. 그 모습을 봤을 때, 아오미네는 눈이 시렸다. 눈물이 날 것만 같이, 눈이 시리도록 아파왔다. 그의 손을 잡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손을 잡았다가는, 그가 그를 뿌리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차마 잡을 수가 없었다. 그에게 닿으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꼭 산산조각이 날 것만 같아서.
“아오미네 군?”
자신을 부르는 쿠로코의 목소리에 아오미네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쿠로코가 물빛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약간은 피곤한 듯 아오미네의 가슴에 머리를 기댄 쿠로코는 어느새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내려놓은 상태였다. 묵직하게 가슴을 누르는 무게가 좋았다. 아오미네는 팔을 뻗어 쿠로코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편안함을 만끽하며 쿠로코의 목덜미로 고개를 묻었다.
“아오미네 군? 괜찮습니까? 표정이 안 좋은 것 같았습니다만.”
“아아, 그냥 예전 생각이 났어.”
“예전 생각…입니까? 무슨…….”
“아무것도 아냐. 배고파, 테츠.”
얼버무리듯 말하는 아오미네의 말에 쿠로코는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쿠로코는 뒤에서 자신을 껴안은 아오미네의 팔을 살짝 밀어내더니 이내 아오미네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아기를 달래듯 머리를 토닥였다. 그리고는 아오미네의 귓가에 따뜻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괴로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오미네 군. 그 과거가 무엇이든, 과거이니까요.”
그렇게 말한 쿠로코는 아오미네의 뺨에 작게 키스하고는 저녁을 준비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는 부엌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뒷모습을 본 아오미네는 손을 뻗었다. 쿠로코의 어깨가 손에 잡히고, 그의 눈동자가 재차 아오미네를 향했다. 꿈이 아니다. 그는 다시 제게로 돌아온 것이다. 아오미네는 소파에서 일어나 쿠로코의 어깨에 팔을 감았다. 그리고는 픽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에 도와줄게, 테츠.”
“또 국에 설탕을 부을 계획이십니까?”
쿠로코는 농담조로 웃음을 담아 말하고는 어깨에 걸쳐져 있던 아오미네의 손을 잡았다. 따뜻했다. 이 손을, 다시는 놓쳐서는 안될 것이리라. 아오미네는 쿠로코와 함께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다시 한 번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이 거리를 좁힐지언정, 멀어지지는 않을 것이리라고.
손을 뻗으면 언제든지 닿을 수 있는 이 거리를.
# 지난 번 연성에 제목 잘못 달은 걸 지금 깨달아서...! 업로드 다시 합니다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