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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메이트 505호 - 2
※ 현패러. 캠퍼스물.
※ 캐붕주의.
룸메이트 505호
약 두어 시간 후, 타케야 하치자에몽은 낯선 곳에 와 있었다. 낯선 회색 문. 얇은 문을 앞에 두고, 타케야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전단지를 발견한 것이 몇 시간 전, 그리고 칸에몽과 대략적인 대화를 나눈 것이 또 몇 시간 전. 그리고 타케야는 주저 없이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은 적당한 목소리였다. 아니, 남자치고는 그렇게 굵지도 무겁지도 않은 목소리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리 온화한 목소리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왠지 모를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런 상대방의 목소리에, 타케야는 적잖이 당황했다.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의 대부분이, 걸걸하고 투박하기 짝이 없는 남자들의 것이라 그런지도 몰랐다.
-여보세요? 또 장난 전화라면…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짧은 한숨과 함께 이어지는 날 선 목소리에 타케야는 허둥대며, 입을 열었다. 어찌나 당황했는지, 보이지도 않을 손을 내저으며 말이다. 그런 타케야의 모습을 지나가던 행인들이 흘끗거렸지만 타케야에게 제게 쏟아지는 시선 따위는 관심 밖이었다. 다만 제 오해를 풀기 위해, 열심히 입을 움직일 뿐.
“자, 장난 전화가 아니에요! 전단지 보고 연락드린 건데…”
허둥대며 덧붙인 말에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끊어버린 건가? 눈을 깜빡이며 휴대폰에서 얼굴을 떼고 화면을 확인하려는 때였다. 장난 전화냐고 되묻던 목소리는 어느새 가라앉고, 처음 전화를 받을 때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그의 귀에 들려왔다.
-괜찮으실 때, 이과대 연구실 502호로 오시면 될 것 같은데.
“지금 가겠습니다!”
-…네, 뭐 그러셔도 되고요.
잠시 놀란 듯 말이 없던 상대방은 곧 수긍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통화가 끊어진 후 휴대폰 액정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타케야는 이내 손가락을 움직였다. 평소 잘 쓰지 않던 스마트폰의 기능을 여실히 사용할 때였다. 인터넷 브라우저를 켜 검색창에 글자를 써넣었다. 그가 검색한 것은 ‘두부 맛있는 집.’ 신중히 스크롤을 내리며 타케야는 지도와 후기를 꼼꼼히 살폈다. 그리고 신중히 고민한 끝에, 하나의 가게를 선택했다.
결정을 내린 타케야의 움직임에 망설임은 없었다. 빠르게 지도를 검색하고, 최단 시간이 걸리는 루트를 골라냈다. 그리곤 빠르게 버스에 올라타 유명하다는 맛집의 두부를 구입했다. 그것도 막 나와 따끈따끈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으로 말이다. 갓 나온 두부가 조금이라도 식을 새라 타케야는 부리나케 학교로 돌아왔다.
그리고 당도한 502호실 앞.
꿀꺽.
회색 문을 마주하고, 타케야는 마른침을 삼켰다. 노크를 하면 끝날 일이었다. 그러나 그 작은 노크가 얼마나도 힘든지, 타케야는 제 주먹에 추라도 매단 것처럼 팔이 무거운 것을 느꼈다. 초면에 맨 손으로 만나기도 그래서, 아니 그 보다는 무의식적으로 두부를 사긴 했는데 이걸 줘도 괜찮은 것일까. 만약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두부를 좋아하는 사람이니 그만큼 까다롭지는 않을까? 수많은 생각이 타케야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그 긴 고민의 시간 동안, 그의 손에 들린 따뜻했던 두부는 점점 제 온도를 잃어갔다.
차게 식어가는 두부의 온도를 느끼며, 타케야는 굳게 마음을 먹었다. 안 맞는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고민하고, 긴장할 필요도 없으리라는, 어찌 보면 당연한 판단을 마지막으로 말이다. 그리고 천천히 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제 문을 열 때다. 하나, 둘…
“어디서 츠쿠야당 두부 냄새가…어라.”
타케야의 고민이 무색할 정도로, 그가 주저했던 문은 쉽사리, 그것도 안쪽에서 열렸다. 하얀 피부의, 소년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앳된 얼굴의 주인에 의해.
처음으로 인상적이라 느낀 것은 긴 속눈썹이었다. 꽤나 짙은 것임에 분명한 눈썹 아래로 길게 뻗어진 속눈썹과 눈꼬리. 그리고 하얀 얼굴과 검은 머리카락. 얼핏 보면 꽤나 곱상하게 생긴 얼굴이었다. 그러나 소위 말하는, 예쁘장하게 생긴 미소년 계의 얼굴은 아니었다. 어딘가에서 느껴지는 남자다움. 그리고 당당함. 그렇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저의 얼굴을 훑는 시선에, 조금 얼굴이 뜨거워진다 느낀 것은.
“…누구…”`
“아, 아까 전화 드린 타케야 하치자에몽! 이라고 합니다!”
“아, 아까 그…. 일단 들어오세요.”
타케야의 얼굴을 훑듯 바라보던 쿠쿠치는 타케야를 안으로 들였다. 눈을 연신 깜빡이며, 동시에 아무렇지도 않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킁.
발을 안으로 내딛은 동시에, 타케야는 저도 모르게 코를 킁킁거렸다. 짭조름한 냄새. 해변이나 바다 근처에서 맡을 법한 그런 냄새였다. 그리고 들려오는 무언가가 끓는 소리. 뜨거운 물을 부었는지 뿌옇게 변한 유리 플라스크. 일단은 같은 이과라고는 해도 이런 것들과는 관련이 없었던 타케야는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실례지만 손에 든 건 츠쿠야 당의…”
“아, 네. 쿠쿠치 헤이스케 씨 맞죠? 선물입니다. 두부를 좋아하신다길래…”
타케야의 말에 쿠쿠치는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제 앞으로 내밀어진, 그것도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공손하게 내밀어진 두부를 보았다. 한 번, 두 번, 세 번. 긴 속눈썹이 위아래로 움직이길 반복했다. 마치 타케야와, 그의 손에 들린 두부를 저울질 하듯이.
꿀꺽.
절로 마른침이 넘어갔다. 무엇이 그렇게 긴장할 일이라고. 확실히 파격적인 조건이었지만 다른 방을 구할 방도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결국 꼭 이 집이 아니어도 된다는 말이었다. 그것을 타케야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긴장이 되는 것일까. 두부를 사온 이유는? 입주가 정해진 것도 아니니 맨입으로 와도 좋았을 텐데. 어째서? 저도 모르게 행한 일이었다. 그 이유의 답은 무엇일까.
그렇게 생각하는 타케야의 손 위로, 하얀 손이 얹혀졌다. 정확히는, 타케야의 손 위에 놓인 두부의 위로.
“두부, 좋아해요?”
“…에?”
갑작스러운 물음에 타케야가 반문했다. 마치 무언가를 좋아하냐는 물음을 처음 들은 것처럼, 타케야의 머릿속이 버벅이며 회전했다. 두부? 싫어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별로 가리는 것이 없는 타케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답을 망설이는 이유는, 자신의 이 대답이 앞으로의 그의 인생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뭐라 대답하면 좋을까.
찰나의 순간이었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은 타케야에게 꽤나 긴 시간으로 느껴졌다. 무어라 대답할까 고민할 수 있는, 그런 긴 시간.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 타케야가 내놓은 답은 명료했다. 처음부터 그렇게 정해져있던 것처럼, 그의 뇌가 멈춰 세우기도 전에, 그가 망설임 없이 츠쿠야 당의 두부를 향해 달려갔던 것처럼.
“네, 좋아합니다.”
반쯤은 반사적으로 나온 말이었다. 아직도 그의 머릿속은 회전을 멈추지 않고 있었으니. 회로를 거치지 않고 튀어나간 말은 말 한 당사자인 타케야를 놀라게끔 만들었다.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했지? 좋아한다고? 물론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머릿속이 빙빙 돌았다. 마치 플라스크 안에서 끓고 있는 액체의 한 가운데에 생긴 소용돌이와 같이.
그런 머릿속을 정리하기도 전에, 움직인 것은 쿠쿠치 쪽이었다. 놀란 듯 동그랗게 뜬 눈. 제 생각을 갈무리하지 못하면서도 타케야는 그런 쿠쿠치의 표정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진 움직임에 타케야의 시선이 흔들렸다. 쿠쿠치가 보인 반응은, 그가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것이었기 때문에.
“두부, 좋아하는구나.”
해사한 얼굴이었다. 하얀 얼굴 만면에 웃음이 담겨 있었다. 그것은 어쩌면, 조금은 수줍어 보이는 미소이기도 했다. 보일 듯 말듯, 어떤 표정인지 알 수 없는 얼굴을 하고 있던 조금 전과는 달랐다. 오늘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지금 제 눈에 보이는 감정만은 확신할 수 있다고 타케야는 생각했다. 지금 쿠쿠치의 얼굴에 담긴 것이 희망과 기쁨이 아니라면, 그 어떤 감정도 희망과 기쁨이라고 표현할 수 없을테니 말이다.
아, 어쩐지 잘 될 것 같다.
막연히, 타케야는 생각했다. 어쩐지 며칠 후의 자신은 쿠쿠치와 함게 두부요리를 먹고 있을 것 같다고. 그리고 그런 타케야의 짐작은, 뒤이어 나온 쿠쿠치의 말로 인해 사실임이 판명되었다.
그것이, 기묘한 두 사람의 동거의 시작이었다.
+
앞으로의 길이 창창 구만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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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패러. 캠퍼스물.
※ 캐붕주의.
룸메이트 505호
처음 시선을 끈 것은, 교내 게시판에 붙은 기묘한 전단지였다.
[동거인 구함. 남성. 2LDK. 욕실 있음. 방세 2만 5천 엔.
※ 두부 좋아하는 사람을 찾습니다 ※
쿠쿠치 헤이스케. ×××-××××-×××× ]
무엇이 그리도 중요한 것인지, 양쪽에 중요 표시를 붙인 한 줄에는 빨간색 밑줄과 함께 반듯하게 그려진 별이 붙어있었다. 욕실이 딸려있는, 방세 2만 5천 엔이라는 파격적인 조건. 평범한 전단지라면 그것을 강조하고 다른 특이사항을 작은 글씨로 적어놓았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타케야의 눈앞에 놓인 전단지는 조금―많이―특이하게도, ‘두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조건을 강조해 두었다.
평소라면 흘끗 보고 지나쳤을 전단지에 시선을 집중하게 된 것은 그 특이한 내용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보다는 타케야가 최근 자취방을 구하고 있었으며, 그의 예산에 맞는 적당한 방을 구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특이하다는 점을 빼고는 전단지에 붙은 내용은 그에게 매우 유리한 조건이기 때문이었다.
“하치자에몽! 뭘 그렇게 보고 있어?”
불쑥, 경쾌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타케야는 제 목에 휘감기는 팔을 느낄 수 있었다. 제 몸을 훅 덮쳐오는 고소한, 그리고 무언가 짭조름한 냄새.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타케야는 제 목에 감긴 팔을 밀어내며 말했다.
“안녕, 칸에몽. 수업은?”
“조금 전에 끝났지. 아, 이거 먹을래?”
등 뒤에서 불쑥 나타난 칸에몽은 이번에도 역시, 타케야의 눈앞에 불쑥 작은 종이 상자를 내밀었다. 살짝 열린 틈새로 보이는 것은 그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칸에몽을 알아차릴 수 있었던 이유였다. 동글동글한 떡을 꼬치로 꽂아, 간장 소스를 뿌린 당고. 오하마 칸에몽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일주일에 기본적으로 두 번 이상은 볼 수 있는, 아주 친숙한 음식이었다.
“오늘도 만든 거야?”
“물론! 최근에 새로운 소스를 개발 중이거든. 그런데 오늘은 역시 원조 소스가 먹고 싶어서 말이지~”
그렇게 말하며 칸에몽은 상자 속에서 당고 한 꼬치를 꺼내들었다. 어찌나 그 요령이 좋은지, 소스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칸에몽에게서 당고를 받아든 타케야는 동글동글한 떡 하나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다시 전단지로 시선을 옮겼다.
“뭐야? 동거인 구함? 아, 이거 헤이스케잖아.”
“아는 사람이야? 같은 과?”
“아-니! 그건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자주 보는 친구랄까….”
칸에몽은 무어라 설명하면 좋을지 모르는 사람마냥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런 칸에몽의 반응에, 타케야 역시 고개를 갸웃거리자, 칸에몽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음 일단 우리 과는 아닌데, 자주 놀러오기는 해. 전공은 화학공학이었나?”
“화학공학과 학생이 조리학과에는 왜?”
이해가 가지 않는 다는 얼굴로 눈을 깜빡이는 타케야에게, 칸에몽은 말했다.
“그 친구, 간수에 대해 연구하거든.”
“간수라면 바닷물?”
“응. 두부 만들 때 쓰는 그거 말야.”
“두부….”
다시 돌아온 화제는 두부였다. 솔직히 말해 두부를 그리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싫어하지도 않았고, 기본적으로 타케야 하치자에몽이라는 남자는 음식을 그리 가리는 편이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타케야는 현재 자취방을 구하는 일이 시급했다. 친구인 칸에몽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썩 괜찮은 사람 같기도 했고 말이다. 뭐, 자세한 내용은 듣지 못했지만.
“칸에몽, 이 사람 좀 소개시켜줄래?”
타케야의 말에 칸에몽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진짜? 소리 없는 질문이 목구멍을 울렸다. 그러나 칸에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째서 전단지의 한 줄에, 빨간 밑줄과 별이 그렇게 강조되어 그려져 있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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