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ST GAME 참관객 날조

** 창의력 넘치는 덧글들을 기대합니다(?)



 

  



오늘 재버워크 VS 보팔소드 보셨어요!?

참관객 M 201X. XX. XX 08:31

 

 

 

 

안녕하세요, 농구 게시판은 처음이네요.


제가 어쩌다 기회가 되어서 재버워크랑 보팔소드 시합을 보고 왔거든요ㅠㅠㅠㅠㅠ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서 여기에 한 번 글 써봐요.


아, 물론 경기는 엄청 멋있었어요! 제가 사실 테이코 중학교 출신이라 기적의 세대 선배들 1학년 때나마 응원도 가고 그랬거든요! 그랬는데 다들 다른 학교로 진학하셔서ㅠㅠ이렇게 다시 같이 경기하시는 것 보는데 너무 꿈만 같은거에요ㅠㅠㅠ아 정말 경기 최고, 최고였어요!


그런데 저 너무너무 궁금한 게 있어서 그러는데 혹시 아오미네 선수랑 쿠로코 선수 경기 중계 보셨나요? 중학교 시절부터 두 선수 모두 사이좋기로 유명하셨잖아요. 그런데 제가 생각한 것보다 사이 너무 좋아보이셔서ㅠㅠㅠ두 분 화해 잘 하신 거 맞으시죠?


아오미네 선수 원래 골 잘 넣으시지만 이번에는 아무래도 힘들어 보이시더라구요ㅠㅠ그런데 왠지 쿠로코 선수가 패스해주시면 기를 쓰고 넣으시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두 분 콤비플레이 너무 멋있었어요!ㅠㅠ 특히 몇 분 안 남았을 때 골 앞까지 패스해서 바로 폼리스 슛 넣는 거ㅠㅠㅠㅠ너무 멋있었어요! 물론 아오미네 선수가 쿠로코 선수한테 패스 하실 때 쫌 삐끗하시는 것 같더라고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그것도 귀여우시던....


아 그런데 제가 진짜 두 분 화해 잘 하셨다고 생각한 게, 사이가 너무 좋아보이더라구요ㅠㅠ혹시 보신 분 있으세요? 저만 봤나? 그 마지막에 쿠로코 선수 쪽으로 공 빠졌을 때 재버워크 선수랑 대치하고 있었잖아요! 그 때 아오미네 선수가 쏜살같이 달려오셨잖아요? 그 때 너무 빨리 달려오셔서 그런가? 막 공 옆으로 패스해서 빠지는데 그 속도 못 이겨서 앞으로 몸이 쏠리시더라구요! 그런데 그 와중에도 쿠로코 선수 다치실까봐 쿠로코 선수 같이 지지하면서 안듯이? 쓰러지시는데 너무 사이 좋아 보이시는 거에요ㅠㅠㅠ제가 다 심쿵하더란!!!//// 


그 때 막 웃으시는 얼굴도 너무 신나보이셔서 아 진짜 두 분 화해 잘 하셨구나! 막 그런 생각도 들고 예전보다 더 친해지신 것 같은 느낌도 들더라구요! 너무 사이좋아 보이셔서 조금 부럽기도 했던ㅠㅠㅠㅠㅠ진짜 제가 다 설레더라구요ㅠㅠㅠ물론 경기 중이라서 다시 쏜살같이 달려가시긴 했는데 꼭 백허그 같았구ㅠㅠㅠ


아 또 두 분 같이 경기하는 거 너무 보고 싶네요! 제가 너무 아오미네랑 쿠로코 선수만 얘기 한 것 같은데 다른 선수들도 너무 멋있었어요! 다만 제가 너무 마지막에 두 분 사이 좋은 거 보고 행복해져서ㅠㅠㅠㅠ!


무라사키바라 선수라던가 키세 선수 나가실 때 너무 짠했구ㅠㅠㅠ아카시 선수도 내쉬 선수랑 대치하셨을 때 너무 스릴 있었구 미도리마 선수도 슛 잘 쏘시더라구요! 카가미 선수도 이리저리 달리시느라 너무 수고 많으셨구ㅠㅠㅠ다시 이 멤버로 경기 보고 싶어요ㅠㅠㅠㅠ카가미 선수 미국 가신다던데 조심히 가시구ㅠㅠㅠ또 경기 보고싶네요ㅠㅠㅠㅠ


농구 모르시는 분들도 재버워크랑 보팔소드 경기 영상 보시면 좋아하실 것 같더라구요! 농구 팬 많이 늘어서 또 이런 경기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이상 오늘 경기 후기였습니다!






 

 

조회 수 615  추천 수 511  댓글 13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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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ST 댓글 ★ 치즈버거 사랑해 : 그런데 쟤네 사귀는 거 유명한 거 아니었냐

‧ 나는야 모데루 : 경기 중에 너무 얍삽함다!

‧ 테츠군 다이스키 : 글 쓰신 분 정보가 느리네요! 정보는 생명이에요!

‧ 럭키 아이템을 챙기라는 거다 : 경기 중에 인사를 다하라는 거다!!!!!!!!!!

    ㄴ 리어카 그만 끌고 싶다 : 에에 경기 중에 못 본 거~? 역시 호크 아이가 필요하다니까!

        ㄴ赤 : 나는 이미 봤지.

‧ 메가네 슈터 : 막아서 웃은 게 아니였냐!!!!!

   ㄴ선배라고 불러 : 둘 다 기합ㄱ?

       ㄴ매니저가 아냐! 감독 : 기합ㄱㄱㄱ

‧ 우ㅁr이봉 : 헤ㅡ에




  




#

사포언니(@safour724)랑 떠들다가ㅋㅋㅋㅋㅋㅋㅋ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최대한의 개드립을 발휘해 보았습니다. 쓰면서 저 혼자 재밌었네요! 창의력 넘치는 덧글 환영합니다!(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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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ENT FOR YOU





* 윈터컵 이후 시점입니다. 라겜 이후인지는 모르겠네요...(멍청)

** 내용 없음, 급전개 주의 







  푹푹 찌는 여름 밤, 아오미네 다이키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제 방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사실 기분이 좋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오늘은 학교 수업도, 보충 수업도 없는 여름방학이었다. 물론 곧 개학이 다가오겠지만, 어떻든 저떻든 오늘은 자유로운 날이었다. 때문에 늘어지게 늦잠도 잤고, 느지막이 챙겨먹은 아침 식사는 맛있었다. 여유롭게 길거리 농구장 근처를 어슬렁거리다 마주친 녀석들과 농구 경기도 한 판 했고, 어쩌다보니 키세와 카가미까지 합세해 꽤나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와서 기분 좋게 샤워를 마친 후에 마주한 저녁 밥상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들이 가득했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제 방으로 돌아와 그라비아 잡지를 느긋하게 보기도 했다. 한 없이 완벽한 하루였다.

 

딱 하나, 단 한 가지를 제외하고는.

 

 

“연락도 안 한다 이거지, 테츠.”

 

 

부루퉁하게 얼굴을 찡그리며 아오미네는 중얼거렸다. 그런 아오미네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이제 오늘 하루가 얼마 남지 않음을 가리키는 시계의 숫자였다.

 

08월 31일 22시 57분.

 

8월 31일. 즉, 아오미네 다이키의 생일이었다. 사실, 아오미네가 그리 생일이라는 기념일에 집착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꿋꿋이 매년 축하를 빙자한 생일빵을 선사하는 모모이의 등짝 세례와 선물, 부모님의 선물과 축하가 없다면 잊고 산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그렇지만 연락도 없는 건 너무하잖아.

 

 

어린아이처럼, 투덜거리는 말이 잇새를 비집고 튀어나왔다. 차라리 최근에 연락이 드물었다면 그러려니 했을 터였다. 쿠로코가 평소 이유 없이 연락을 먼저 하는 편도 아니었고, 아오미네가 연락을 했을 때 꼬박꼬박 답장을 하는 것이 오히려 노력의 성과라고 봐도 좋을 정도였다.

 

물론 한 때는 그 연락이 끊어진 적도 있었다. 어렸던 자신이 쿠로코를 외면했을 때, 답이 없는 자신에게 쿠로코는 연락을 하지 않았고 그대로 연락은 끊겼다. 그렇지만 그것은 분명한 과거였다. 두 사람은 다시 서로를 마주했다. 괴로웠던 과거보다 더 과거의 두 사람처럼, 어쩌면 그보다 더 자주 연락을 하고 있었다. 분명 그랬다, 적어도 어제까지는.

 

물론 쿠로코 역시 아오미네와 마찬가지로, 딱히 기념일을 일일이 챙기는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쿠로코는 최소한 다른 기념일들은 제쳐두고라도 아오미네의 생일은 챙겨주는 편이었다. 그런 편이라고 말할 정도로 여러 번의 생일을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아오미네가 알고 있기로는 그러했다.

 

예전에 한 번은, 쿠로코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어떻게 자신의 생일을 그렇게 잘 기억하느냐고. 그런 아오미네의 물음에 쿠로코는 작게 웃으며 대답했다.

 

 

‘간단하니까요.’

‘뭐가?’

‘아오미네 군의 생일, 저랑 달만 다르지 않습니까. 저는 겨울, 아오미네 군은 여름이라는 차이만 있잖아요.’

 

 

쿠로코의 생일은 1월 31일, 아오미네의 생일은 8월 31일.

 

쿠로코는 그렇게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생일이 없다고, 웃으며 말했었다. 그런 쿠로코가 1년 정도의 짧은 사이에 제 생일을 잊어버렸을 리가 없다고, 아오미네는 근거가 없음에도 자신 있게 믿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쿠로코에게서 연락이 없는 이 상황이 불안하면서도, 불만인 것이었다.

 

 

[테츠, 자?]

 

 

보낼까, 말까. 송신 버튼 하나만 누르면 오늘 하루 종일 그를 괴롭혔던 의문은 풀릴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오미네의 길쭉한 손가락은 쉬이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휴대폰 버튼 위를 맴돌았다. 그리고 몇 번이고 휴대폰 위를 떠돌던 손가락은 이내 송신 버튼이 아닌 취소 버튼을 눌러버렸다.

 

바쁜 거겠지. 무슨 일이 있지는 않겠지. 그냥 오늘 훈련이 고되었나 보다, 하고 제 자신을 몇 번이고 다독였다. 자꾸만 떠오르려는, 과거의 기억이 그 자리를 채우지 않도록.

 

자신이 만들었던 거리. 자신이 밀쳐냄으로써 멀어졌던 거리. 자신이 만들어낸 어두운 과거. 그로 인해 생겨났던 작은 공백. 처음부터 자신의 것이 아니었을지도 몰랐다. 그 행복을, 그의 친우를, 벗을, 파트너를, 연인을 밀쳐낸 것은 그 자신이었다. 그로 생겨난 공허함을 오롯이 받아내야 했던 것은 그 자신뿐만이 아니었으리라. 그리고 그런 아오미네의 행동은, 그 무엇으로도 용서받지 못할 것이었다. 용서받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다시 그 행복을, 쿠로코와 마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할 수 있었으니.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망설이다 이내 플립마저 닫아버린 아오미네의 휴대폰이, 그의 손에서 가볍게 진동했다. 플립 위로 반짝이는 하늘색 이름. 테츠. 저장해놓은 두 글자가 화면에 떠오르자 아오미네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아 도착한 메일을 확인했다.

 

 

-아오미네 군, 자고 있나요?

 

 

조금 전과 같은 망설임은 없었다. 메일에 대한 답장을 적는 대신, 아오미네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짧은 통화음 끝에, 전화를 받는 소리가 들렸다. 익숙하고, 투박하지만 다정한 목소리와 함께.

 

 

-아오, 미네 군?

“테츠? 아니, 지금 밖이야? 지금 시간이 몇 신데…”

 

 

휴대폰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바깥임이 분명한 바람 소리. 흘끗 시계를 확인하자 어느덧 시간은 곧 자정을 향하고 있었다. 그런 아오미네의 걱정담긴 목소리를 들었는지, 말았는지 쿠로코는 가쁜 숨소리와 함께 말했다.

 

 

-아오미네 군, 잠깐 나올 수 있을까요?

“뭐? 어디로? 아니, 테츠 지금 대체…”

-너희, 집 앞입니다. 신호등, 만 건너면 돼요.

 

 

아오미네는 쿠로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방문을 박차고 나와 계단을 뛰어내렸다. 아닌 밤중에 웬 소란이냐며 침실 쪽에서 부루퉁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아오미네의 귓가까지 그 내용은 닿지 못했다. 신발을 신은 둥 마는 둥 집밖으로 뛰쳐나온 아오미네는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분명, 테츠 집에서 우리 집으로 오는 쪽은…

 

 

“아오, 미네 군!”

“테츠?!”

 

 

이 더운 여름 날, 얼마나 뛰어왔는지 평소 밝은 빛을 띠고 있던 볼이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가쁜 숨을 토해내며 뛰어오는 쿠로코에게 한 달음에 달려가, 아오미네는 쿠로코를 멈춰 세웠다. 무어라 말은 못하고, 한참이나 쿠로코는 가쁜 숨을 토해냈다. 그런 쿠로코의 등을 두들겨 주며, 아오미네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시간에, 타인을 방문하다니. 평소의 쿠로코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테츠, 괜찮아? 물이라도 가져다 줄까?”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이제, 괜찮아요.”

“아니 이 시간에, 왜 여기까지…”

“아직, 9월은 안됐죠?”

 

 

휴대폰 시계로 시각을 확인한 쿠로코는 안도한 듯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제 옆구리에 끼고 온 상자를 아오미네에게 내밀었다. 푸른색 포장지로 깔끔하게 포장된, 크지도 작지도 않은 상자. 그 위에는 달려오는 동안 떨어지지 않은 것이 용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작은 하늘색 카드가 덜렁 붙어있었다. 생일 카드인 것이 분명한, <Happy Birthday>라는 문구가 선명히 새겨진.

 

 

“이거 주려고 그렇게 뛰어온 거야?”

 

 

오늘 하루 종일 연락도 없다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상자를 받은 채 아오미네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오늘 하루 종일 한 걱정은 눈 씻은 듯 날아가 버렸지만, 동시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선물 같은 건, 내일 줘도 괜찮은데. 그저 연락이라도 해줬으면, 하고 바랄 뿐이었다. 그런데 생일이 끝나기 몇 분 전, 이렇게 숨 가쁘게 달려와 내미는 것이 선물이라니.

 

 

“생일 축하해요, 아오미네 군.”

“이런 거 내일 줘도 됐는데.”

“오늘 꼭 주고 싶었습니다. 선물을 구하는 데 좀 시간이 걸려버려서, 이런 시간이 되어버렸지만요.”

“…고마워, 테츠.”

“꼭, 오늘 축하해주고 싶었습니다.”

 

 

작년은, 축하해주지 못했으니까요.

 

입가에 머금은 쓴웃음. 그 쓴웃음이, 아오미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와 동시에, 작은 의문이 들었다.

 

너는, 이런 나의 응석이라도 받아줄까?

 

 

“테츠.”

“네, 아오미네 군.”

“웃어줘.”

 

 

그 어떤 것보다, 나는 그걸로 충분해. 생일 선물은.

 

아오미네의 말에 쿠로코는 그에게 환히 웃어 주었다. 처음 두 사람이 만났을 때와 변함없이, 그러나 그때보다 더 후련한 듯한, 환한 얼굴로.

 

그런 쿠로코를 품 안 가득히 끌어안으며, 아오미네는 쿠로코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내년의 생일 선물은, 영원히 함께하겠다는 약속이었으면 좋겠다고. 그런 아오미네의 귓가에, 쿠로코는 역시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런 약속을 하지 않아도 나는 너의 곁에 있을 겁니다, 라고.

 

그 말에 아오미네는 작게 웃었다.

 

그 어떤 화려하고 비싼 농구화도, 맛있는 음식도, 제가 좋아하는 그라비아 잡지도, 그 어떤 것도 필요 없었다. 제가 가장 원하고, 소중히 할, 가장 가지고 싶었던 선물은 지금 단 한 사람만이 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 선물은, 지금 아오미네의 손 안에 있었다.

 

그 행복을 다시 한 번 제 손으로 확인하며, 아오미네는 생각했다. 이것이 그 무엇보다도 가장 원했던, 선물이노라고.






#


PRESENT : 현재, 선물.

중의적 느낌으로 적어보았습니다...orz 내용에 하나도 안 담긴 것 같지만ㅠㅠㅠㅠㅠㅠㅠㅠ

급하게 막 휘갈긴거라 내용상 문제가 많을 것 같지만ㅠㅁㅠ미네야 생일 축하해! 항상 행복하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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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내용 없음 주의

※ 현실에서 혼인신고서를 써본 적이 없어 날조했습니다.

※ 청흑전력 60분 20170520 주제 <가족>




 

 

 

가족이 되는 날

 

 

 

 


‘가족’이란 관계는 대체 무엇일까.

 

아주 오래 전, 아오미네와 함께 길을 걷기로 결정한 그 날부터 쿠로코의 머릿속에는 하나의 의문이 자취를 감추지 않고 자리했다. 그 이유는 잘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자신들의 관계가 대외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 때문에 법적인 가족이 될 수 없다는 것. 그 두 가지 사실을, 뼈저리게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가족,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일상적으로 그것은 법적인 관계에 놓인 사람들을 지칭하는 단어일 터였다. 그리고 그 법적 제도 내에, 아오미네와 쿠로코를 엮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들의 관계는 혈연이 아니었고, 혼인을 인정받을 수 있는 관계도 아니었으니. 분명히 그 사실은 명확했다. 아니, 명확했었다.

 

 

“테츠! 여기다 도장만 찍으면 돼!”

 

 

제 앞에 놓인 백색의 용지 위에, 이제는 익숙하게 읽을 수 있는 그린 건지 쓴 건지 알 수 없는 글자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아오미네 다이키, 쿠로코 테츠야. 나란히 적힌 이름 아래로 두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의 주소와 휴대폰 전화번호, 생년월일 등이 줄지어 나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용지의 가장 아랫부분에 아오미네의 서명과 함께 적색의 도장이 선명한 빛을 뽐내고 있었다.

 

왜 제 손에 도장이 들려있는 것일까요.

 

쿠로코는 멍하니, 그런 생각을 했다. 제 손에 쥐어져 있는 가늘고 동그란 나무 막대는 분명히 제 도장임이 분명했다. 분명 제 앞에 놓인 종이에 커다랗게 박혀 있는 [혼인 신고서]라는 글자를 몇 번이고 눈에 되새기고 있음에도, 어쩐지 현실성이 없었다. 꿈만 같았다.

 

 

“테츠?”

“아오미네 군, 이건…혼인신고서가 맞죠?”

“당연하지! 이거 쓰려고 우리 이사도 했잖아!”

 

 

아, 그랬었죠.

쿠로코는 새삼 제 기억을 떠올려냈다. 몇 년 전, 신문에 기사가 떴었다. 도쿄 일부 구역에서 동성 결혼이 허용된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그 신문 기사를 본 아오미네는 환호하며 빠르게 이사를 준비했다. 설마 그 법률이 얼마나 갈까요, 라고 생각하면서도 쿠로코는 아오미네와 함께 준비를 하고, 이사를 했다. 그리고 당연한 수순을 밟듯 두 사람은 서로의 가족에게 보고를 했다. 혼인 신고를 할 작정이라고.

 

사실 두 사람이 동거를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관계를 고백했었기 때문에, 큰 우려는 없었다. 다만 부모님들의 걱정은 있었다. 한 번 낙인이 찍혀버리면, 그것은 돌이킬 수 없다고. 지금의 관계도 문제없지 않느냐고. 꼭 그렇게까지 해야겠느냐는 걱정이 빗발쳤다. 그러나 아오미네는 단호히 말했다.

 

 

‘저는, 테츠랑 가족이 되고 싶어요.’

 

 

이미 가족이나 다름없는 관계였다. 친하다고 할 수 있는 친지들과 친구들은 이미 사정을 알고 있었다. 혼인 신고서를 제출해서 더해질 것은 단 한 장의 서류뿐이었다. 그러나 아오미네는 그것을 원한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의 인정이 필요한 것이 아니에요. 그냥 저도, 테츠도 보통 사람들과 똑같아 지고 싶을 뿐이에요.’

 

 

사랑하는 사람과, 법적인 관계가 되고 싶은 것. 단지 그뿐이었다. 가족 관계 증명서를 뗄 때 사랑하는 사람이 나란히 적혀 있는, 그런 사소한 기쁨. 그것을 맛보고 싶었고, 서로에게 맛보여 주고 싶었다.

 

몇 번의 설득 끝에, 결국 부모님들은 백기를 들었다. 부모님들의 허락―이라고 하기도 애매하지만―이 떨어진 후의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서류를 작성하고, 관련 증빙 서류를 준비했다. 그리고 남은 것은, 지금 쿠로코의 앞에 놓인 서류에 도장을 찍는 것 뿐이었다.

 

 

“테츠, 싫으면 안 해도 돼.”

 

 

잠시 긴 생각에 잠긴 탓에, 아오미네에게는 그 모습이 망설임처럼 느껴진 모양이었다. 한껏 시무룩해져 어두워진 얼굴로, 저를 바라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 아오미네의 얼굴이, 오히려 쿠로코의 등을 떠밀었다. 쿠로코는 인주에 도장을 눌렀다가, 혼인 신고서에 도장을 꾹 찍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아호미네 군.”

 

 

나도, 너와 같은 걸요.

 

처음 아오미네의 손을 잡았을 때, 자신으로 인해 아오미네가 평생 누릴 수 있는 미래를 앗아갈지도 모른다고 얼마나 고민했던가. 그러나 최소한 그 중 하나를, 지금 이루어줄 수 있는 기회가 눈앞에 있었다. 지금 잡은 이 기회가, 자칫 미래의 서로의 앞길을 가로막을 지도 몰랐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믿었다. 서로가 함께라면, 그 어떠한 고난도 넘어설 수 있다는 사실을.

 

두 사람은 ‘가족’이기 때문에.

 

쿠로코와 아오미네는 나란히 혼인 신고서를 제출했다. 접수를 마치고 구청을 나오며 쿠로코는 아오미네와 마주보며 빙긋이 웃었다. 아직 절차가 끝난 것이 아님에도, 바뀐 것이라곤 아직 아무것도 없는 것에도 어쩐지 웃음이 났다. 무언가 바뀐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가족으로서도 잘 부탁해, 테츠.”

“저야 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아오미네 군.”

 

 

잘 부탁해요. 두 사람은 서로에게 속삭였다. 앞으로의 일생을 함께 할, 단 하나뿐인 동반자인 ‘가족’을 향해.





#

시간 못 맞춰서 포기하려고 했는데 사포언니가 전력을 하자고 해놓고선 중간하차했습니다....

별 내용 없지만 홀로 전력 40분 해봤구...ㅇ<-<(그럼에도 지각이다)

청흑이 행쇼했으면 좋겠네요...............혼인신고서는 써본적이 없어서 날조했습니다ㅇ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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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데이 n일후에 쓰는 이러한 연성은 대체?

*급전개 쓸데없는 심각함 주의

*여러분 SAPO()언니의 https://twitter.com/safour724/status/864527149516021760 연성을 봐주십셔

*리퀘 상냥하게 그려준 사포언니 싸랑해♥








장미의 꽃말








파란 장미의 꽃말은 불가능.

 

그 의미를 어디서 들었더라. 제 앞에 내밀어진 푸른 장미 꽃다발을 보며, 쿠로코는 기억을 더듬었다. 그리 중요한 기억이 아니었기에, 이내 생각을 떠올리는 일을 그만두긴 했지만 말이다.

 

 

“테츠?”

 

 

마음에 안 들어?

 

걱정이 한껏 담긴 얼굴이었다. 보통 사람들보다 훌쩍 큰 덩치를 해서는, 저보다 24센티나 작은 저를 향해 한껏 불안한 얼굴로 저를 부르는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된다면 이상한 것일까. 적어도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때문에 쿠로코는 아오미네의 손에서 꽃다발을 받아들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쩐 일로 꽃을…”

“뭐라더라, 로즈데이? 그런 거라고 해서.”

 

 

지나가다 봤거든.

 

핑계처럼 아오미네는 짧게 덧붙였지만 쿠로코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발렌타인 데이니, 화이트 데이니 의외로 사소한 날들을 챙기던 그였지만, 여태껏 로즈데이와 같은 것을 챙긴 적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다른 것도 아니라 장미 아닌가. 아무리 거리낌 없이 꽃을 사들고 오는 두터운 신경을 가졌다 하더라도 설마 장미까지 사올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일단은 감사합니다.”

“뭐, 이런 걸로.”

 

 

아오미네는 새삼 부끄러운지 슬쩍 붉어진 얼굴로 제 뺨을 긁적였다. 그러나 조금 전 걱정스러웠던 표정은 사라져, 아오미네의 얼굴은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담고 있었다. 그런 아오미네의 표정에 쿠로코 역시 빙긋이 웃음 지었다. 아오미네의 얼굴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다가, 제 손에 쥐어진 푸른 장미꽃으로 시선을 다시 내린 쿠로코는 아오미네에게 물었다.

 

 

“아오미네 군은, 푸른 장미의 꽃말이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까?”

“아니. 그냥 테츠 색이라 사온 건데.”

 

 

그런 거 알 리가 없잖냐.

 

예상한 그대로의 대답에 쿠로코는 짧게, 한숨처럼 웃었다. 별 생각이 없었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 그리고 자신을 떠올려 골랐다는 것에 대한 작은 기쁨. 그러나 동시에 무심코 고른 것이 푸른 장미라는 사실에 일말의 불안감이 일었다. 푸른 장미의 꽃말이 불가능이라는 것에서, 쿠로코는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애써 묻어두었던, 일말의 불안감을.

 

 

“푸른 장미의 꽃말은 불가능이라고 합니다.”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끝내 쿠로코는 입 밖에 말을 내었다. 제 몸속에 똬리를 틀고 자리를 잡아버린, 불안감을 내어 뱉듯이. 쿠로코의 말에 그게 어쨌냐는 듯 아오미네가 눈썹을 치켜올렸지만, 이내 쿠로코의 얼굴에 옅게 깔린 불안감에 아오미네는 맞받아치려던 말을 삼켰다.

 

불안감. 그것이 어디에서 유래한 것인지, 두 사람은 모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아오미네보다도 쿠로코의 마음속에 더 깊게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도.

 

쿠로코는 아오미네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늘 생각해왔다. 아오미네와 자신이 만난 것은 기적이었노라고. 기적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테이코 중학교 농구부의 3군과 1군. 그 사이의 거리는 멀었다. 어쩌면 두 사람은 만나지도 못한 채, 아오미네는 쿠로코라는 사람의 존재를 알지도 못한 채 학교를 졸업했을지도 몰랐을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히 확률이 높은 일이었다.

 

때문에 쿠로코는 아오미네가 저를 발견해 손을 내밀어 주었을 때, 기적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다. 아오미네 자신과 비교하자면 하잘 것 없었을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말라 말해주었을 때, 자신의 빛이 되어주었을 때, 경기에 나가 한 명의 선수로 뛸 수 있도록 도와주었을 때 쿠로코는 희망을 보았다. 그리고 그 희망은,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아오미네의 능력의 발현. 그것은 아오미네에게 있어서는 또 하나의 기회일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환한 빛이었던 그를 암흑으로 이끌었다. 빛을 뿜어내며 하늘 위로 떠오르는 대신, 아오미네는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들었고 그와 동시에 쿠로코는 빛을 잃었다.

 

아오미네는 그렇게 모든 자극에 무감각해진 사람처럼, 무뎌져갔다. 그 어떤 것에도 즐겁다는 얼굴을 하지 않았고, 본 적 없던 지루한 표정이 그의 얼굴을 가득 채웠다. 사람들은 천재의 태만이라 그를 수군거렸지만, 쿠로코는 알고 있었다. 그것은 모두 아오미네가 섬세한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랬기 때문에, 쿠로코는 아오미네를 다시 빛이 비추는 자리로 끌어내고 싶었다. 그가 더 이상 산산조각이 나기 전에, 그의 손을 붙잡아야만 했다. 그를 다시 빛이 비추는 한 가운데로 끌어내야만 했고,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아오미네는 돌아왔다. 그 전보다 더 단단해지고, 환한 빛을 뿜어내며.

 

다시 되찾은 빛은 눈이 부셨다.

 

너무 눈이 부셔, 잡은 손을 다시 놓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다시 제 손을 맞잡은 아오미네의 존재만으로도, 그것이 또 하나의 기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장미 꽃말이 불가능인 게 뭐 어쨌는데.”

“큰 문제는 없죠. 다만…”

“다만이고, 자시고. 왜 꽃말에 불가능 같은 걸 붙여 놓은 거야.”

“옛날에는 푸른 꽃이란 건 존재하지 않았으니까요.”

 

 

존재할 리 없는 것, 그러니까 불가능이라는 꽃말이 붙었던 거죠.

 

쿠로코의 말에 아오미네는 입을 한 일자로 꾹 다물었다. 그런 아오미네의 행동에 쿠로코는 제가 너무 아오미네를 몰아붙였나, 하고 생각했다. 몰아붙일 필요가 없음에도, 몰아붙인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굳이 꽃다발을 선물로 건넸는데, 무거운 화두를 꺼내버린 자기 자신이 조금 원망스러웠다.

 

 

“이제는 생겼잖아. 푸른 장미.”

“네?”

“이제는 있잖아, 푸른 장미. 그러면 불가능이 아니지 않아? 사람들이 노력해서, 피워낸 거잖아. 이 파란 장미를.”

 

 

그렇다면 이건 ‘노력의 산물’아냐? 테츠랑, 나처럼.

 

아오미네의 말에 쿠로코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변했다. 씩 웃으며 저를 돌아보는 아오미네의 얼굴이 쿠로코의 하늘색 눈동자 안에 가득 담겼다. 환한 미소가, 여느 때와 같이 눈이 부셨다. 눈이 부셔, 바라보지 못할 것처럼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꽃다발을 쥔 손을 감싼 손이, 꿈이 아니라는 듯 따스했다.

 

 

“그렇지, 테츠?”

 

 

환하게 웃으며 저에게 던지는 물음에, 어찌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쿠로코는 꽃다발을 쥐지 않은 손으로 아오미네의 손을 맞잡으며, 결국 웃어버렸다. 항상 그랬다. 아무리 제가 포기하려고 해도, 아오미네는 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항상 쿠로코에게 용기를 주었고, 쿠로코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쿠로코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선명한 믿음은, 오롯이 그를 위한 것이었다.

 

 

“네, 아오미네 군.”

 

 

푸른 장미의 꽃말은, 불가능. 그러나 더 이상 쿠로코에 한해서, 꽃말은 의미가 바뀌었다.

 

푸른 장미의 꽃말은 노력의 산물, 그리고 ‘기적’.

 

아오미네는 푸른 장미의 꽃말은 ‘노력의 산물’이라 말했지만 푸른 장미는 쿠로코로 하여금 아오미네를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기적처럼 피어난 푸른 장미처럼, 아오미네의 존재는 쿠로코에게서 바로 ‘기적’이었다.

 

너와 함께라면 얼마나 많은 ‘기적’을 볼 수 있을까요.

 

기적에 기댈 생각은 없었다. 앞으로도 그는 저의 힘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었다. 그렇지만 아오미네와 함께라면, 그와 함께 하는 하루하루라면 그 모든 것은 쿠로코에게 ‘기적’과 다르지 않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쿠로코는 꽃다발을 가슴 한 가득 끌어안았다. 이 기적을 결코 놓치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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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포언니에게 무작정 리퀘 넣었다가 예쁜 청흑 보고 너무 감동먹어버려서...! 이 글은 감정 97%로 이루어져 있어 이성적인 내용은 들어있지 않습니다. 여러분 긴 글 보시느라오염된 눈은 존잘님 사포언니의 연성으로 정화합시다...!((*ㅇㅁㅇ*))(절찬리 영업중) 예쁜 청흑 두 번 보세요 세 번 보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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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Last Game

 

 

 



공이 바닥을 퉁기는 묵직한 소리가 귀를 울렸다. 귀를 찌르는 운동화와 체육관 바닥이 마찰하는 소리, 공기 중에 진득히 묻어나는 땀 냄새, 공격 진영에서부터 수비 진영까지 달려가며 토해낸 더운 숨. 이 모든 것이 뒤섞인 체육관은 열기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 공기 한 가운데에, 이질적인 두 사람이 있었다.



“테츠, 패스!”

“에.”



아오미네의 부름에 반사적으로 손을 뻗은 쿠로코의 손에 공이 자연스럽게 안착했다. 딱히 패스를 할 필요는 없지 않았나요. 제게 공을 패스해놓곤 무지막지한 속도로 반대편 골대로 달려가는 아오미네를 보며, 쿠로코는 생각했다. 그리곤 가볍게 팔을 휘둘러, 아오미네에게 다시 공을 패스해 돌려주었다. 나선형 회전을 하며 곧게 뻗어 날아가는 공을 아무도 허공에서 잡아채지 못했고 공은 아오미네의 손으로 안전히 이동했다. 두어 명의 수비가 따라 붙었지만, 폼리스 슛이 특기인 아오미네의 앞에서는 그 존재가 무색했다. 아오미네는 가볍게 방향을 꺾은 뒤, 가볍게 공을 던졌다.



“흑팀 2점! 휴식!”



백보드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 없이, 아오미네가 던진 공은 매끄럽게 골대를 통과했다. 아오미네의 실력으로는 별 문제도 아닌 일이었지만, 아오미네는 새삼 뿌듯하다는 얼굴로 씩 웃으며 쿠로코에게 다가와 그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어때, 테츠! 패스 많이 늘지 않았냐?”

“그 질문, 벌써 3주째입니다만. 그리고 너, 정말 너희 학교는 안가는 건가요?”



그랬다. 재버워크와 보팔소드와의 경기 이후, 아오미네는 뻔질나게 쿠로코를 찾아왔다. 그 이유인즉슨, 패스를 훈련해야겠다는 것이었다. 그 핑계를 대면서 아오미네가 세이린 체육관에 찍기 시작한 출석 도장은―물론 그 이전에도 뻔질나게 드나들긴 했지만―3주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워나가고 있었다. 그로인해 쿠로코의 휴대폰에 쌓여가는 모모이의 메일과 와카마츠의 전화 기록은 덤이었다.



‘왜 먼 세이린까지 오는 겁니까?’



라는 쿠로코의 물음에 아오미네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나한테 패스를 못 한다고 한 건 테츠 뿐이니까. 당연한 말이었다. 아오미네는 토오에 입학한 이후, ‘나를 이길 수 있는 건 나뿐이다’와 같은 말을 중얼거리며 저 혼자만의 세계에 살았다. 때문에 다른 멤버들이 아오미네에게서 패스를 받은 횟수가 적은 것은 당연했다. 아마 토오 학원의 학생들이 1년 동안 받은 패스의 수보다, 테이코 시절 자신이 받은 패스의 수가 더 많을 것이라 쿠로코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아오미네가 핑계를 대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지 않았다.



“테츠는 내가 오는 게 불만이야?”

“답을 알고 있는 질문은 무의미할 텐데요, 아오미네 군.”



사실 아오미네가 세이린을 방문하는 것이 세이린으로서는 이득일 수밖에 없었다. 윈터컵이 되자마자 미국으로 치료를 위해 떠난 키요시, 그 뒤를 따르듯 재버워크와의 경기 이후 미국 강호교로 떠난 카가미. 두 사람이 떠난데다가 작년의 주역이었던 2학년이 모두 3학년이 된 세이린으로서는 내색은 않았지만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새로 들어온 신입부원들의 시선에서부터 나타났다. 쿠로코와 다른 부원들이 있긴 했지만, 카가미라는 유명인이 사라진 신입부원들의 눈에는 실망감이 깃들어있었다. 그리고 그런 실망감을 단숨에 지워버린 것이, 갑작스레 등장한 아오미네 다이키라는 존재였다.


천성이 에이스인 아오미네는 제 홈그라운드도 아닌 세이린 체육관에 갑작스레 들이닥쳐,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테이코 중학교 기적의 세대 천재 스코어러, 신예의 폭군 토오의 에이스, 보팔소드의 에이스로 재버워크의 경기에서 풀타임을 뛸 정도의 실력을 가진 남자. 어디서든 주목받는 환한 빛. 그런 아오미네가 세이린 체육관에 제 집 드나들듯 드나들어, 훈련에 참가하고 있으니 시선이 쏠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덕분에 세이린으로서는 신입부원의 반발을 다스릴 필요가 없었고, 훈련의 질도 향상되었다.



“모모이 씨에게서 온 메일이 또 한 가득입니다.”

“내버려 둬. 테츠, 음료수 사러 가자. 바닐라 셰이크 쏠게.”

“…아오미네 군은 정말 어쩔 수 없네요.”



제 말을 들은 건지, 만 건지 음료를 사러 가자 조르는 아오미네에게 쿠로코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실 쿠로코의 체력으로는 쉬어야할 타이밍이 맞긴 했다. 아오미네는 그것을 알아차리고 나가자 하는 것이 분명했다. 리코와 휴가에게 잠시 쉬고 오겠다는 말을 남기곤 두 사람은 학교 밖으로 잠시 나섰다. 세이린 고등학교에서 마지바까지는 도보 10분도 안 되는 짧은 거리. 처음 아오미네가 세이린에 왔을 때 그걸 보곤 이것 때문에 이 학교에 왔냐고 쿠로코에게 물을 정도였다.



“아, 더워.”

“그래도 가게 안은 시원하네요.”

“흠, 출출한데. 햄버거라도…”

“그건 끝나고 먹도록 하죠.”



지금은 음료만입니다.


쿠로코의 단호한 목소리에 아오미네는 쳇, 하고 짧게 투덜거렸다. 이윽고 쿠로코의 손에는 바닐라 셰이크가, 아오미네의 스포츠 드링크가 들렸다. 각자의 음료를 입에 물고 나란히 걷는 길이 익숙했다. 익숙함에서, 추억이 묻어났다. 중학교 시절 몇 번이나 이렇듯 함께 길을 걸어 다녔을까. 아마도 그 숫자는 셀 수 없을 터였다. 지금 이 추억에 잠겨드는 것도 모두 최근 있었던 기적의 세대들과 함께 한 재버워크와의 경기, 그리고 늘 곁에 있으려 드는 아오미네 덕분일 터였다.



“아, 더워. 여름도 멀었는데 벌써 이렇게 덥냐.”

“조금 있으면 여름인걸요.”

“그래도 그렇지…. 아, 테츠. 잠깐 쉬었다 가자.”



마지바에서 체육관까지의 짧은 거리에 왜 쉬어 가자는 거냐며 쿠로코가 눈썹을 찡그렸지만, 아오미네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수돗가 근처로 가는가 싶더니, 건물 뒤로 진 그늘가에 제 집인 것 마냥 누워버린 것이다. 결국 쿠로코는 짧은 한숨과 함께 아오미네의 옆으로 가 건물에 기대어 앉았다. 그리곤 조금 늦어질 것이란 메일을 휴가에게 보낸 뒤,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이따금씩 더운 공기를 가르고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그늘가에 앉아 음료를 홀짝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땀으로 이마에 붙어있던 앞머리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느끼며 쿠로코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얼마나 뛰었다고, 솔솔 잠이 쏟아지는 기분이었다.



“졸려, 테츠?”

“좀 피곤하네요. 아오미네 군이 매일같이 찾아오는 덕분에 매일매일 강도 높은 훈련을 했으니까요.”

“엑, 나 때문이라고?”



몰랐습니까?


쿠로코는 핀잔을 주듯 반문하곤 이내 몸을 기울여 아오미네의 허벅지를 베고 누웠다. 꾸준히 운동을 해온 아오미네의 허벅지는 중학교 시절과 다름없이 탄탄했다. 집에서 베고 자는 푹신한 베개와는 다른 낯선 감촉, 그러나 중학교 시절에 곧잘 베고 누웠기에 낯익은 감촉. 상반된 두 가지의 감촉이 새삼 낯설어, 쿠로코는 손가락으로 아오미네의 허벅지를 쿡쿡 찔러보았다.



“…테츠, 뭐해?”

“오랜만인 것 같아서요. 역시 근육이 잘 잡혀 있네요, 아오미네 군.”



쿠로코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손을 뻗어 이번에는 아오미네의 복근을 슬쩍 어루만졌다. 그에 깜짝 놀란 아오미네가 벌떡 몸을 일으켰지만 쿠로코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다만 마치 처음 곤충 채집을 해 본 어린아이마냥 아오미네의 근육을 꾹꾹 눌러볼 뿐이었다.



“재미있어?”

“신기하기도 하고…좀 재수 없네요.”

“와, 너무해.”

“너랑 나는 정말 다르다는 걸 느낍니다.”

“새삼스럽긴.”



아오미네는 퉁명스레 대꾸하면서도 쿠로코의 손을 뿌리치지는 않았다. 다만 쿠로코의 이마를 아프지 않게 톡톡 두드릴 뿐이었다. 이마를 두드리던 손가락이 쿠로코의 이마에서 머리카락을 떼어내고, 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쿠로코 자신의 것보다 높은 체온의 손가락이 피부를 스쳤다. 어째서일까. 후덥지근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아오미네의 손길은 싫지 않았다, 언제나.



“내일도 올 건가요, 아오미네 군?”

“왜?”



침묵을 깬 쿠로코의 물음에, 아오미네가 얼굴을 찌푸렸다. 어째서 그런 것을 묻느냐는 얼굴이었다. 그 이유를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요. 쿠로코는 한숨과 함께 말을 삼키며 대답했다.



“3주 내내 세이린에 오고 있으니 하는 말입니다. 이제 슬슬 토오 훈련에도 참가해야할 텐데요. 토오에도 신입생들이 들어왔을 텐데. 모모이 씨와 와카마츠 씨에게서도 계속 연락이 오고 있고요.”

“그래봤자 아직 풋내기들이야.”

“…너 또 그런 말을 합니까?”



이번에는 쿠로코의 미간이 곱게 찌푸려졌다. 그런 쿠로코의 행동에, 아오미네는 마사지하듯 쿠로코의 미간을 꾹꾹 눌러 주름진 미간을 곱게 펴주었다. 그리곤 쿠로코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안다는 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때’랑은 달라진 거 알고 있잖아, 테츠.”



‘그 때’가 언제를 뜻하는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괴로웠던 기억. 그러나 이제는 성장의 계단이 되어버린 추억이었다. 아직 빛은 바래지 않았지만 그 과거가 영원하지 않음 역시 알고 있다. 그들이 함께 하고 있는 현재는 그 때와는 이미 다른 형태를 하고 있었으니. 말로 꺼내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힘겨운 고난을 지나, 서로가 변화했다는 것도, 그 덕에 지금의 서로가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아오미네 군이 바뀌었다는 건. 받았으니까요, 너의 패스.”



서투르긴 했지만, 하고 쿠로코는 농담조로 짧게 덧붙였다. 그에 아오미네는 잇새로 앓는 소리를 냈다. 재버워크와의 경기 때, 제게 달라붙은 마크 때문에 골을 넣지도 못하고, 쿠로코의 부름에 패스를 하긴 했지만 패스를 못한다는 소리를 듣고. 속이 상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렇지만 패스를 연습해야한다고 생각한 순간, 떠오른 것은 단 한 사람뿐이었다.



“테츠가 토오에 오면 좋을 텐데.”



아오미네의 말에 쿠로코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오미네가 지금 응석을 부리고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알고 있었다. 이 응석이, 서로이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사실을. 차마 다른 이에게는 보여줄 수 없는 연약한 모습이지만, 상대가 서로이기에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라는 것을.



“다시 테츠랑 같이 농구를 하면 좋겠어.”

“요즘 계속 같이 농구한 사람은 네가 아닙니까?”



쿠로코는 농담조로 아오미네에게 핀잔을 주듯 말했다. 그런 쿠로코의 핀잔에 아오미네는 피식 웃으며 그렇지, 하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런 아오미네의 웃음을 들으며 쿠로코는 고개를 돌려 아오미네에게서 제 얼굴을 숨겼다. 지금 제 얼굴은, 분명 좋지 못한 표정을 짓고 있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 함께 농구를 하고 싶다는 마음. 그 마음은 다르지 않았다. 아주 오래 전부터 그 마음은 항상 같았다. 테이코 농구부 3군에 속해 먼발치에서 아오미네의 플레이를 지켜봐왔을 때에도, 3체육관에서 둘만의 연습을 반복하면서도, 테이코 유니폼을 입고 함께 경기에 나가 주먹을 맞부딪혔을 때에도, 아오미네가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며 제게 등을 돌렸을 때에도. 쿠로코가 줄곧 간직해 왔던 마음이었다. 그와 다시 한 번 더, 농구를 하길 원했다. 그 변함없는 마음이, 항상 쿠로코를 지탱해오던 단 하나의 소망이었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너는 정말 솔직하고, 늦고, 욕심이 많네요.”



불만스럽다는 듯 부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쿠로코는 아오미네의 양 볼을 잡고 쭈욱 잡아당겼다. 패스에 특화된 선수인 만큼, 팔 힘이 강해 잡힌 볼이 얼얼했다. 아오미네는 제 볼을 잡고 있는 쿠로코의 팔을 잡고 손을 떼어내려 했으나, 쿠로코는 쉽사리 제 볼을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마치 제 얼굴이라도 되는 것 마냥, 이리저리 볼을 당겼다 놓았다를 반복했다.



“에으, 아으어으?”

“아프라고 하는 겁니다.”



쿠로코는 그렇게 말하곤 아오미네의 볼을 손에 힘을 세게 주어, 아오미네의 얼굴을 한껏 끌어당겨 제 얼굴 가까이 오게끔 했다. 숨을 내쉬면 서로의 숨이 맞닿는 거리. 그 거리에서, 쿠로코는 아오미네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까만 피부나 짙은 푸른색 머리카락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지만 확실히 제 기억의 앳된 모습과는 꽤나 달라진 얼굴이었다. 그렇게 질리도록 봐온 얼굴이니 이제 질렸을 법도 한데, 어째서 지금도 이 얼굴을 뿌리칠 수 없을까. 쿠로코는 그런 제 자신을 비웃으며 시선을 살짝 올렸다.


아. 전부 너의 눈 때문이군요.


흔들림 없이 선명한, 환한 빛을 뿜어내고 있는 푸른 눈. 한 때는 빛을 잃고 흔들렸던 눈동자. 그러나 이제는 제 빛을 되찾은 눈동자가, 그늘이 만들어낸 어둠 속에서 형형히 빛나며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 자신은 빛을 내뿜으며, 어둠을 삼켜버릴 것 같은 또렷한 눈동자. 그 눈동자에 제 얼굴이 담겨 있었다.



“…테츠.”



장난기라고는 한 점 없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 경기 중에 이런 목소리를 냈더라면 어떤 선수는 질겁하고 굳어버릴지도 모를만큼 낮은 목소리였다. 마치 짐승이 우짖는 소리와도 같은, 조금은 위협적인 목소리. 그러나 쿠로코는 그 목소리가 자신을 해치지 않을 것이며, 목소리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몇 번의 경험 끝에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어떤 행동과 말을 할지라도, 아오미네가 저를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살며시 감긴 눈꺼풀 위로 작은 입맞춤이 피어났다. 눈꺼풀, 콧날을 가볍게 스친 입술이 망설임 없이 쿠로코의 입술에 겹쳐졌다. 중학교 시절, 처음 입을 맞추었을 때처럼 긴장하지 않았다. 한없이 성급하고, 서로가 어디론가 떠나버릴 것처럼 불안해하던 그 때의 두 사람은 이제 없었다. 서로가 서로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긴 시간을 돌아오며 두 사람은 깨달아 버렸으니.


혹여 상처라도 날까 조심스럽게, 그렇지만 가볍지는 않게. 몇 번이고 입을 맞춘 후에야, 아오미네는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조금 식었던 열기가, 다시 두 사람을 둘러싸고 있었다. 아오미네는 쿠로코의 붉어진 입술과 뺨을 손가락으로 훑으며, 이제는 미지근해진 음료를 쿠로코의 뺨에 대어 주었다.



“다시 더워졌네요.”

“…그거 나 찔리라고 하는 소리지, 테츠.”

“아닙니다만. 아오미네 군이 혼자 찔리는 모양이네요.”

“절대 아니거든!”



저를 놀리는 듯한 쿠로코의 말투에, 아오미네는 벌컥 소리를 높이면서도 쿠로코를의 얼굴에 가져다 댄 음료의 각도를 바꾸어주거나, 손부채질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 아오미네의 행동에 쿠로코는 눈을 감은 채, 후후 하고 작게 웃었다.



“어쩐지, 그리워져서요.”



너와 만났던 여름의 일이.


서로를 처음 마주했던 여름. 그 여름에, 쿠로코는 기적을 보았다. 자신에 비하면 하등 재능도 없을 쿠로코에게 손을 뻗어주었고, 그의 빛이 되어주었고, 그를 그림자로 만들어주었다. 아오미네를 만난 후 단숨에 쿠로코의 세계는 바뀌었다. 좋아했지만, 가망은 없었다. 어둠만이 가득한 길에, 마주한 한 줄기 빛. 그랬다.


―기적은, 아오미네 다이키 그 자신이었다.


순식간에 달라져버린 그의 모습도, 쿠로코는 두렵지 않았다. 아오미네는 쿠로코의 삶의 빛이었고, 기적이었다. 그를 두려워할 이유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리고 그랬기에, 아오미네를 자신이 붙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그에게 빛을 찾아주어야 하는 사람은, 그의 그림자인 자신이라고.



“그리워할 필요 없어, 테츠.”



앞으로는, 그보다 더 즐겁고 행복할 테니까.


다시는 네 곁을 떠나지 않고, 너와 함께 할 테니까.


몇 번이고 제 자신에게 다짐하듯 아오미네는 되뇌었다. 그런 아오미네를 올려다보며, 쿠로코는 손을 뻗었다. 한참을 잡아당겨 아직도 욱신거리는 볼을 스쳐, 곧게 뻗은 팔이 아오미네의 목을 끌어안았다. 저를 끌어안은 작은 품은 자신의 기억과 한 치의 다름이 없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가만히 아오미네를 끌어안은 쿠로코는 작게 속삭였다.



“약속했습니다, 아오미네 군.”

언제까지나, 나와 함께해주세요.



그것은 오랫동안 쿠로코가 품어왔던 소망이었고, 간절한 요구였으며, 동시에 그의 고백이었다. 그리고 그런 쿠로코의 말에, 아오미네는 기쁘게 고개를 끄덕였다. 힘겹게 다시 마주한, 소중하디 소중한 행복이었다. 아오미네는 손을 뻗어, 저를 끌어안은 작은 등을 마주 끌어안았다.

다시는 이 소중한 보물을, 놓치지 않겠다 다짐하며.

 


 

# 청흑데이에 LAST GAME 개봉도 겹쳐서 뭐라도 해보고 싶은 말에 이런 흉한(...) 배포본을 쓰고야 말았습니다. 포카포카한 청흑이 보고 싶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다른 분들이 더 예쁘고 맛좋은 청흑을 배포해주시리라 기대하며...! 가져가주시는 분들, 청흑을 사랑해주시는 분들, 그리고 항상 함께 해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드리고 LAST GAME 보시면서 청흑과 함께 행복하세요♥ 쿠로코, 아오미네 항상 아끼고 사랑해♥

2017.05.11. 몽상누리(@msnuri0321) 드림


+그리고 웹으로 공개할 준비를 하며 오타를 발견했고...급전개는 죽고 싶네요....늦었지만 청흑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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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의 형성








그 날은 쿠로코에게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지만 평소와 별다를 바 없었던 날이었다. 평소와 같이 연습을 끝내고, 아이스크림을 먹고 헤어지려는 때였다. 아오미네가 쿠로코를 붙잡은 것은.

 

 

 

“아, 배고파. 테츠, 2차 가자.”

“예? 아오미네 군, 갑자기 그게 무슨 말입니까?”

“됐으니까 가자. 아까 사츠키가 준 도시락 가지고는 배가 안 찬다고.”

 

 

 

훈련이 강화된 탓에 연습이 끝난 것이 10시. 저녁은 먹었지만 그 후로도 연습을 했으니 배가 고플 법도 했다. 결국 쿠로코는 아오미네의 손에 붙들려 패스트푸드 가게로 향했다. 아오미네가 주문을 끝낼 동안 쿠로코는 그의 옆에 서서 메뉴판을 노려보았다. 먹을 것이 없었다. 배도 그다지 고프지 않았고, 평소 쿠로코의 입이 짧기도 했으니 말이다.

 

 

 

“뭐야, 테츠. 안 먹어?”

“딱히…먹고 싶은 건 없습니다.”

“아무튼 손이 많이 간다니까. 이거 가지고 가 있어.”

 

 

 

아오미네는 데리야키 버거 세트 세 개가 담긴 쟁반을 쿠로코에게 넘겼고, 쿠로코는 비틀거리며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를 기다린 지 얼마나 되었을까, 아오미네가 돌아왔다. 쟁반에는 단 하나의 컵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쿠로코는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불투명한 플라스틱 뚜껑 때문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색이 드러나지 않는 것을 보아 사이다 같았다.

 

 

 

“테츠, 받아.”

“이게 뭡니까? 사이다입니까?”

“뭐라더라, 바닐라 셰이크.”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아오미네의 얼굴을 쿠로코가 불만스럽다는 듯 빤히 쳐다보았다. 바닐라 셰이크라니. 먹어본 적도 없는 음료였다. 딱히 음료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조금 생소하게 느껴지는 음료에 걱정스러운 마음도 없지 않았다.

 

 

 

“일단 마셔봐.”

“아오미네 군이 먼저 마셔 보세요.”

“난 단 거 싫은데?”

 

 

그렇게 말하며 아오미네는 기어이 쿠로코의 손에 바닐라 셰이크를 쥐어 주었다. 그리고는 감자튀김 세 개를 쟁반에 붓고, 케첩을 뜯었다. 아오미네가 부산스럽게 배를 채울 준비를 하는 동안 쿠로코는 천천히 뚜껑을 열어 보았다. 달달한 향기가 훅 뿜어져 나와 쿠로코를 덮쳤다.

 

마치 마셔 주세요, 라고 말하듯 하얗고 달달한 액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쿠로코는 뚜껑을 닫았다. 그리고 빨대를 꽂았다. 쿠로코가 중대한 의식을 치르듯 조심스레 움직이는 동안, 아오미네는 수북이 쌓인 음식을 해치워 나가고 있었다.

 

쿠로코는 천천히 빨대에 입을 가져갔다. 그리고 단번에 쭉 빨아들였다.

 

 

 

“엇.”

 

 

 

쿠로코의 눈이 평소와 달리 동그랗게 커지며 입에서 짧은 탄성과도 같은 말이 터져 나왔다. 달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맛있었다. 쿠로코는 자신의 미각을 의심하며 다시 한 모금 마셔보았다. 맛있다. 부드러운 우유와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섞인 것 같은 셰이크는, 맛이 좋았다.

 

 

 

“테츠, 맛있어?”

“예, 생각 외로 괜찮네요.”

“어디, 줘봐.”

 

 

 

그렇게 말하며 아오미네는 쿠로코의 손에 들려 있던 컵을 빼앗아 빨대를 쭉 빨았다. 하지만 이내 입을 뗀 아오미네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윽, 달아.”

“아오미네 군, 제 빨대를 쓰시면 어떻게 합니까.”

“뭐, 어때. 으아, 달다.”

 

 

 

연신 콜라를 벌컥벌컥 들이키는 아오미네를 보며 쿠로코는 빨대와 아오미네를 번갈아 보았다. 하지만 이내 빨대를 가지러 가기가 귀찮았던 듯, 다시 바닐라 셰이크를 마셨다. 단 맛을 없애겠다는 듯 아오미네는 감자튀김과 버거를 입에 박아 넣었다. 그 모습을 보던 쿠로코가 넌지시 물었다.

 

 

 

“단 걸 싫어하면서, 왜 바닐라 셰이크를 골랐습니까?”

“테츠랑 비슷해서.”

“……예?”

“달고, 하얗고. 딱 테츠잖아.”

 

 

 

그게 뭡니까, 하고 쿠로코가 묻자 아오미네는 킥킥 웃었다. 그런 아오미네를 보던 쿠로코의 볼이 옅은 분홍빛을 뗬다.

 

 

 

“아오미네 군하고는 다른 색이네요.”

“어차피 빛과 그림자는 반대잖아. 내가 빛날 땐, 넌 까맣고. 내가 까만 피부일 때는, 넌 하얗고. 반반 아냐? 테츠, 머리 아픈 생각하지 마. 키 안 큰다.”

 

 

 

거기서 키 얘기가 왜 나옵니까? 쿠로코는 투덜거렸고, 아오미네는 피식 웃으며 음식을 먹어치웠다. 어느새 아오미네의 쟁반은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먹은 자리를 치우고 나올 때, 쿠로코의 손에는 새 바닐라 셰이크가 들려 있었다.

 

―아마도 그 때부터 였을 것이다. 쿠로코가 바닐라 셰이크를 자주 마시게 된 것은.

 

그 습관은 고칠 수가 없었다. 그를, 테이코를 떠난 후에도 말이다. 바닐라 셰이크를 마실 때마다, 그가 생각났다.

 

그의 빛, 아오미네 다이키가.







# 바닐라 셰이크를 좋아하게 된 계기의 날조입니다. 어쩌다 바닐라 셰이크를 좋아하게 됐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적어본 글이었던 것 같아요. 2012년 글이니까 입덕한지 얼마 안되어 쓴 것 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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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 DROP

 

 



BGM. IU-Rain Drop

 

 




*윈터컵 이후 2학년 청흑 기반.

 




 

조금은 거센 빗방울이 유리창을 두들기고 있었다. 조금 열어둔 창 틈새로 비 냄새가 섞여 조금은 비릿하면서도 신선한 공기가 들어와 도서실 특유의 냄새에 섞여들었다. 시험 기간도 아닌데다가 일찍이 하교 시간을 넘어선 세이린 고등학교 도서실은 텅 비어 조용했다. 적막한 도서실을 지키고 있는 것은 도서부 부원인 쿠로코 테츠야 뿐이었다.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겨 가며 꼼꼼히 훑어가는 눈동자에는 한 점 흔들림도 없었다. 그렇게 숨을 죽여가며 책장을 넘겨가던 쿠로코는 도서실 천장 한 구석에 달린 스피커에서 전자 벨소리가 울려퍼짐과 동시에 잠에서 깨듯 고개를 들었다.


평소의 것보다 좀 더 요란한 벨소리는 30분 이내로 교내의 모든 학생들은 나가라는 것을 알리는 소리였다. 3학년들이 모두 졸업여행을 떠나고 부활동 역시 일시 중단된 시기였기에 조금은 이른 시각에 학생들에게 하교 권고가 내려졌던 것이다. 쿠로코는 읽고 있던 책에 책갈피를 끼운 후, 책을 덮었다. 한 시간 전에 왔던 학생을 마지막으로 도서실을 방문한 학생은 없었기에 딱히 정리할 것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선뜻 짐을 챙겨 도서실을 나서지 못하는 것은 꾸준히 내리고 있는 비 때문이었다.

 


하교 시간 쯤부터 갑작스레 내리기 시작한 비를 처음 발견했을 때, 그저 소나기겠거니 하고 생각한 것이 화근이었다. 아니 그 이전에 아침에 늦잠을 잔 탓에 급히 나오느라 우산을 챙기지 못한 것이 근본 원인일지도 몰랐다. 어찌 되었든 간에, 결론적으로 쿠로코는 우산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평소라면 카가미에게 우산을 사다달라거나 역까지 씌워줄 것을 부탁할 수도 있었을 테다. 하지만 하필이면 카가미는 이틀 전 갑작스런 부모님의 호출을 받고 미국으로 날아간 상태였고, 농구부 선배들은 수학여행에 참가했다. 동갑내기 농구부 학생들에게도 물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집으로 돌아가는 방향이 달랐던 탓에 결국 쿠로코는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리기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소망이나 생각과는 달리, 비는 끊임없이, 잦아들 기세도 없이 하늘에서 쏟아지고 있었다. 학교까지 할머님이나 일하고 계실 부모님을 부를 수도 없는 탓에 쿠로코는 한숨을 내쉬며 창 밖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았다. 이전에는 어떻게 했었더라. 그렇게 떠오른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늘어지며 머릿속에 한 사람의 모습이 온연히 떠올랐다.

 



-아오미네 군.

 



테이코 중학 시절, 함께 했던 빛. 함께.한 시간이 누구보다 길었던 그와 보낸 나날은 비 오는 날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물론 보통 우산을 잊은 쪽은 아오미네였다. 비가 오는 날이면 으레 그러하듯 두 사람은 우산을 나눠쓰곤 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몰랐다. 그러나 그것은 언젠가 하나의 습관이 되어 있었다. 아오미네가 우산을 가져왔을 때에는 조금 큰 아오미네의 우산을 함께 썼고, 그가 우산을 가져오지 않았을 때면 쿠로코 혼자 쓰기에 알맞은 작은 일인용 우산을 쓰고, 어깨를 비에 적셔가곤 했다. 그러나, 한 번도 두 사람은 서로에게 불평하지 않았다.


한 개의 우산을 나눠 쓸 때면 당연하게도 우산을 드는 쪽은 키가 큰 사람이 되는 법이다. 때문에, 같은 우산을 나눠씀에도 항상 더 많이 젖는 쪽은 아오미네였다. 때때로 길거리에서 의도치 않게 튄 빗물로 인해 우산을 쓴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아오미네는 흠뻑 젖어 돌아가곤 했다. 그에 쿠로코가 미안한 표정을 지을 때면, 그는 씩 웃으며 끝부분이 비에 조금 젖은 쿠로코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고는 등을 돌려 제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곤 했다. 우산을 함께 쓰는 날이면 언제나, 아오미네는 쿠로코를 먼저 집에 데려다주었다. 그것은 어느새 일종의 습관처럼 자리했다.



 

어째서 갑자기 그가 떠올랐을까.


그것은 비가 가져다 준 하나의 추억이었다. 하나 둘 씩 떨어진 빗방울이 나무를 적시고 땅을 적셔가듯 어느새 쿠로코는 비가 불러온 추억에 젖어가고 있었다. 순식간에 봇물처럼 그와 함께 했던 추억들이 쏟아져내렸다.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강렬하면서도 편안한, 그리고 그리운 추억들이었다. 딱히 비가 아니었더라도 그에 대해 생각하는 일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나 소설에서 추억을 회상하는 배경이 그러하듯, 비가 그의 눈가를 시큰거리게 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지금 쿠로코의 곁에 없었다. 토오는 이틀 정도 합숙을 간다고 했다. 주중이지만, 토오 농구부의 힘이 작지 않은 탓에 가게되었노라고 아오미네는 메일을 보냈었으니 말이다. 윈터컵이 끝난 이후로 아오미네는 자주, 그러나 중학교 시절보다는 드물게 쿠로코에게 연락을 했다. 그런 연락은 달가우면서도 과거를 돌아보게했다. 마냥 행복했던, 눈부신 빛이 그의 곁에 자리했던 찬란한 과거를.


그렇게 추억에 잠겨 있는 쿠로코를 일깨우듯 다시 한 번 전자음이 울렸다. 그에 쿠로코는 다시 한 번 떨어지는 빗방울을 응시하다가, 창문을 닫고 가방을 어깨에 메었다. 천천히 도서실 문을 닫고 익숙한 손길로 자물쇠를 채웠다. 그리고 막 현관으로 돌아서려 했을 때, 쿠로코는 제 눈을 의심했다.

 



“여, 테츠.”

“아오......미네 군?”

 



여느 때와 같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물이 뚝뚝 떨어지는 검은 우산을 들고 저를 바라보고 있는 다름 아닌 아오미네였다. 제가 환청을 듣고 환상을 보는 게 아닌가 싶어 두어 번 눈을 깜빡이고 난 후에야, 쿠로코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아오미네 군이 왜 여기 있습니까?”

“비가 오길래, 왠지 우산 없을 것 같아서.”

“합숙은요?”

“몰래 빠져나왔지. 아마 지금 다들 나 찾고 난리 났을걸?”

 



아오미네는 저를 찾고 있을 1학년을 비롯한 와카마츠, 사쿠라이, 모모이의 모습이 상상이 갔는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쿠로코 역시 그 상황이 상상이 가질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속 편히 웃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겨우 우산 하나 때문에 이 빗속을 뚫고 합숙을 빠져가며 왔단 말인가.

 



“제가 집에 돌아갔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랬습니까? 우산이 있었다면요?”

“내 감이 틀릴 리가 없잖아.”

 



테츠 일인데. 아오미네는 짤막하게 대답하며 손에 있던 우산을 흔들어 대충 물기를 털어냈다. 그리곤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 채로 저를 바라보고 있는 쿠로코에게 우산을 쥐지 않은 손을 들어 보였다.

 



“가자, 테츠.”

 



순간 아오미네의 모습에 과거 테이코 중학교 시절 그의 모습이 겹쳐졌다. 지금은 옷차림도, 장소도, 상황도 달랐지만 제게 손을 내미는 모습만은 하나도 변함이 없었다. 그 사실에, 새삼 마음이 벅차올랐다. 쿠로코는 조심스레 발걸음을 떼어 아오미네의 옆에 다가가섰다. 아오미네가 우산을 펼치고, 둘이 쓰기에는 조금 작은 우산 밑으로 두 사람의 머리가 가려졌다. 천천히 보폭을 내딛자 1년이라는 공백이 무색하게도, 두 사람의 보폭은 서로에게 꼭 맞게 움직였다.

 



“테츠는 변함이 없네, 진짜.”

“또 비꼬는 겁니까?”

“아니. 어쩐지 그리워져서.”

 



중학교 시절에도 자주 이랬으니까.


아오미네의 말에, 쿠로코는 보일듯 말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앞을 바라보는 아오미네의 눈동자가 적이 일렁거렸다. 그러나 그 역시 별 다른 말을 꺼내 놓지는 않았다. 대신 걸음을 하나 하나 옮길 때마다 젖어가는 어깨에, 손을 뻗어 쿠로코의 어깨를 제쪽을 당겨왔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감기 걸린다.”

“아오미네 군 어깨가 더 많이 젖었습니다만.”

“나는 괜찮다니까. 중학교 때, 봐왔잖아?”

 



아오미네는 그렇게 말하며 우산을 쿠로코 쪽으로 더 밀어주었다. 그에 쿠로코는 아오미네 쪽으로 조금 더 몸을 붙일 뿐이었다.


역까지만 데려다 주어도 된다고 그렇게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오미네는 기어코 쿠로코를 집까지 데려다주겠다며 고집을 부렸다. 그에 역에서 같은 전철을 타고 다시 전철에서 내려 역을 나왔다. 두 사람이 역에서 나왔을 때, 그렇게 쿠로코를 근심스럽게 했던 비는 어느덧 멎어 있었다. 대신 비가 왔었음을 알려주는 젖은 거리가 가로등 불빛에 반짝이고 있는 것이었다.

 



“아, 비 멎었네.”

“그렇네요. 아오미네 군, ”

“데려다 주고 갈거라고, 테츠.”

 



비가 멎었음에도 아오미네의 고집은 여전했다. 이럴 것이었다면 비가 조금 일찍 멎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생각하면서도 쿠로코는 그 말을 입밖에 꺼내어 놓지 않았다. 마음 한 켠에서는 그리웠던 추억을 만끽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에.


비가 왔기 때문인지 주택가는 한적하고 조용했다. 또한 두 사람 사이에도 별 다른 말이 오가지 않아 들려오는 것은 풀벌레 소리와 간간히 웅덩이에서 나는 찰박거리는 소리뿐이었다. 그렇게 쿠로코의 집이 가까워지고, 결국에는 집 앞에 다다랐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아오미네 군.”

“됐어. 나도 오랜만에 테츠 봐서 좋았으니까. 들어가서 쉬어.”

 



아오미네는 그렇게 말하며, 쿠로코의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어 주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추억을 답습하고 있는 모습에, 쿠로코는 행복과 약간의 서글픔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참아냈다.


아오미네는 역으로 돌아가기 위해 천천히 뒤를 돌았다. 그러나 곧 다시 쿠로코를 돌아선 아오미네는 두 팔로 쿠로코를 세게 껴안았다. 그런 아오미네를, 쿠로코는 밀어내지 않았다. 오히려 비냄새가 섞인 그의 어깨에 제 얼굴을 묻었다. 짧은, 그러나 영원처럼 느껴지는 그 시간 동안 아오미네는 쿠로코를 아스라져라 품에 안고 있었다. 그런 아오미네의 행동에, 쿠로코는 그가 저와 같은 것을 떠올렸으리라고 짐작했다. 그랬기에, 지금 자신도 이렇게 마음이 아프면서도 벅차오르는 것이리라고.



 

“연락할게, 테츠.”

 



한참동안 쿠로코를 안고 있던 아오미네는 그를 풀어 놓으며, 쿠로코의 볼을 손으로 살짝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에 쿠로코는, 굳건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자신 역시 아오미네의 연락을 기다릴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쿠로코의 대답에 아오미네는 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 미련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과거를 돌아보고 있을 수 만은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려준 이에게 멈춰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었으니. 아오미네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먹구름이 차차 걷혀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낮게 깔린 먹구름 사이로, 어느덧 은은한 달빛이 비치고 있었다. 조각난 구름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그리운 짙은 남빛을 띄고, 두 사람의 추억과 같이 빛나는 수많은 별을 품고 여느 때와 같은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 비가 오는데 운명적으로(?) 흑자에게 우산이 없는 걸 감지하고 달려가는 미네가 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청흑은 텔레파시 안 보내도 통하는 사이였음 좋겠네요! 이미 그렇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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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 POSITION

KRBS-靑黑/단편 2017. 5. 4. 23:46





POSITION






 

늦은 시각, 불이 꺼져 어두운 거실 소파에 누운 아오미네는 조용히 움직이는 시곗바늘을 노려보고 있었다. 한참 동안 시계를 바라보던 아오미네는 시곗바늘이 열두 시를 가리킴과 동시에 휴대폰 플립을 열어젖혔다. 휴대폰 버튼을 눌러 발신 목록을 띄우자 한 사람의 이름이 액정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그에 대한 수신은 0건. 전화를 걸고 메일을 보내길 반복했음에도 그에 대한 답은 한 건도 없었다. 그와 함께 제 주인을 기다리던 2호가 아오미네의 배 위에서 잠에 빠질 때까지, 한 사람과 한 마리가 기다리던 사람, 쿠로코 테츠야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음을 물론이거니와 이렇게 아오미네의 연락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확 치밀어오르는 짜증에 아오미네의 미간 사이의 골이 점점 깊어져 두꺼운 선을 그려냈다. 그와 동시에 손은 휴대폰 플립을 부서져라 열고 닫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 도어락 버튼을 누르는 투박한 전자음이 현관 쪽에서 들려왔다. 그에 아오미네는 몸을 벌떡 일으키고 2호를 소파에 내려둔 후에, 현관 쪽으로 다가섰다. 문이 열렸다는 신호음이 들림과 동시에 천천히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때에야, 아오미네는 꽤 오랜 시간 기다렸던 이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늦었네, 테츠. 요즘 너무 늦게 다니는 거 아냐?”



 

최대한 화를 억누르며 말하려 했지만 근 일주일 동안 귀가 시간이 급격히 늦어진 쿠로코에게 불만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인지 절로 말꼬리가 올라갔다. 그에 무슨 상관이냐며 반박할 법도 하건만, 쿠로코는 살짝 표정을 굳힐 뿐 말없이 제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런 그의 행동에 화가 나는 것은 도리어 아오미네 쪽이었다.


벌써 일주일 째였다. 고등학교 졸업 후 동거를 하게 되면서 늘 수업이 끝나면 별 다른 일이 없으면 곧장 집으로 돌아오던 쿠로코는 갑자기 밤 12시를 넘긴 시각에 귀가하기 시작했다. 평소 늦으면 늦는다 말하던 쿠로코는 갑작스레 늦어진 귀가시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또한 왜 늦었느냐, 사람이 걱정을 하지 않느냐고 말을 해보아도 그에 대한 대답 역시 돌아오지 않았다. 일주일째 이어진 이러한 나날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이유를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동거를 시작한지 어느덧 1년 남짓. 별다른 풍파 없이 지내오던 두 사람 사이에 때 아닌 폭풍을 불러온 것은 다름 아닌 키세의 한 마디 말 때문이었다.


 

 

연말에는 송년회다 뭐다 바쁜 탓에 새해를 맞이한 며칠 후, 오랜만에 기적의 세대 사이에 벌어진 술자리였다. 고등학교 졸업 후 각기 자신의 진로에 맞는 대학을 선택한 기적의 세대는 뿔뿔이 흩어졌다. 공통점이라고는 농구 밖에 없었던 이들이었기에, 대학에 입학한 후에는 따로 만나지 않는 이상 얼굴을 마주치기가 힘들어 그들은 때때로 술자리를 갖곤 했던 것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안주를 곁들여 술을 마셔가며 떠들던 와중, 소란을 깨는 한 마디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키세의 발언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아오미넷치랑 쿠로콧치 사귄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아오미넷치랑 쿠로콧치 중에서 누가 여자 쪽이에요? 역시 쿠로콧치?”



 

순식간에 소란스럽던 방 안이 정적으로 치달았다. 미도리마는 들고 있던 젓가락을 손에서 떨어트렸고, 무라사키바라는 음식물을 씹다 말고 제 혀를 깨물었으며 모모이는 얼굴을 한 가득 일그러뜨렸고 어느덧 그 무리에 끼게 되어 참가한 카가미는 난처한 얼굴로 얼굴을 붉게 물들여갔다. 물론 당황스러운 것은 비단 그들 뿐만이 아니었다. 아오미네 역시 키세의 물음에 말문이 막힌 상태였고, 쿠로코는 웃음을 담고 있던 표정을 싹 굳혔으며 언제나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던 아카시마저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고 있었으니 말이었다.


하지만 정작 이 모든 풍파를 일으킨 장본인, 키세 료타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안주를 입에 넣고 씹고 있었다. 맛있네요, 하는 말까지 덧붙여 가며 말이었다.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지만 그 침묵을 깨는 이는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다. 단지 키세만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도리어 왜 그러냐는 물음을 던졌을 뿐이었다. 그에 미도리마는 얼굴을 시뻘게 물들여 가며 고함을 쳤다.

 



“네놈은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냐는 거다!”

 



미도리마의 말에 키세는 깜짝 놀랐다는 반응을 보이며, 그제야 눈을 휘둥그레 뜨고 말을 더듬어가며 자신이 실수를 한 것이냐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다. 그에 카가미는 고개를 살짝 끄덕여 주었고 무라사키바라는 혀를 씹었다며 칭얼대기 시작했고 모모이는 울상이 된 얼굴로 맥주가 가득 담긴 맥주잔을 손에 쥐었다. 그렇게 다시 소음이 번져나가기 시작하고, 아카시의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지켜주도록 하는 것’이라는 마무리 발언으로 상황은 종료되었다.


하지만 다시 소란스러운 상황이 되었음에도 쿠로코는 말이 없었다. 단지, 묵묵히 술을 들이키고 있을 뿐이었다. 술집 안이 소란스러운데다가 개인룸을 잡았던 덕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당황한 기색으로 연신 제 목 뒤를 문지르던 아오미네는, 연신 술잔을 채워나가는 쿠로코의 모습에 다시 적잖이 당황했다. 쿠로코가 본디 술을 즐기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으나, 그리 세지 않은 주량 탓에 적절히 안주와 조절을 먹곤 했었다. 그러나, 키세의 말이 꽤나 충격이었던 것인지 그는 말없이 술을 입안에 털어넣고 있었던 것이다.


한 잔이 비워지고, 또 한 잔이 비워졌으며, 한 병이 비워졌다. 한 병만으로는 모자라다는 듯 새로운 병을 쥐어드는 쿠로코의 손을, 아오미네가 저지했다. 늘 하얗던 볼이 붉게 물들어 있는 것은 이미 쿠로코가 그의 주량을 넘어섰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게다가 안주도 별로 먹지 않은 채 그렇게 들이부었으니, 지금까지 마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속이 쓰릴 터였다.

 



“그만 마셔, 테츠.”

 



아오미네의 말에 쿠로코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노려보았다. 평소의 담담한 표정이 아닌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쿠로코는 제 손을 막아선 아오미네의 손을 탁 소리가 나도록 쳐냈다.

 



“아오미네 군이, 걱정해줄 필요가 있을 정도로, 약하지 않습니다.”



 

술에 취해 더듬거리고, 평소와 같이 조용한 한 마디였지만, 그것은 주변 사람들에게 타격을 주기에는 충분한 것이었다. 한숨을 내쉬며 가로막던 손을 치운 아오미네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얼굴을 한 가득 찌푸렸다. 그리고 그 짜증은 당연하게도, 이 모든 풍파를 낳은 키세를 향한 불만과 원망을 담은 눈초리로 바뀌었다.


 

그리고 키세는,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쉽게 상황을 파악했다.

 


아, 난 죽었구나.

 



*




 

술자리가 파한 뒤, 모였던 여덟 명은 다음을 기약하며 흩어졌다. 무라사키바라는 뭐라도 더 먹으러 가자며 졸랐지만 단호한 아카시의 거절과 내일 일이 있다는 미도리마의 말에 결국 입을 삐죽이며 고개를 끄덕였던 것이다. 적잖이 술에 취한 모모이를 카가미에게 맡겨둔 후에야, 아오미네는 쿠로코와 함께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그러나 술집에서 집까지 돌아가는 길에서, 쿠로코는 한 마디도 입을 열지 않았다. 평소 주량의 두 배가 넘는 2병반이라는 기록을 세운 쿠로코는, 이리저리 비틀거리며 걸었다. 보다 못한 아오미네가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쿠로코의 어깨를 손으로 짚으며 말했다.

 



“안되겠다, 테츠. 업혀.”

“싫습니다.”



 

쿠로코는 단호하게 대답하며, 무겁게 발걸음을 떼었다. 제 나름대로 자신이 취한 것을 아는 것인지, 발걸음은 꽤나 느릿한 편이었으나 그마저도 아오미네의 눈에는 한없이 불안해 보이는 탓에 아오미네는 차마 그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싫다는 것을 억지로 업고 갈 수도 없고, 혹시 쓰러지지는 않을까 싶어 아오미네는 걸음 속도를 늦추며, 옆에 얼쩡거리는 사람 마냥 천천히 쿠로코의 뒤를 따랐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비틀거리며 걸어가던 쿠로코의 몸이 휘청였다. 정말 취할 대로 취한 것인지, 반쯤 눈을 감고 가는 쿠로코의 뒷모습에 아오미네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랬기에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문을 열고 집 안에 들어섰을 때, 아오미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냉장고에서 생수병을 꺼내 단숨에 들이켠 쿠로코는 별다른 말없이 제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몸을 뉘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후에야, 아오미네는 불을 꺼주고 제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그렇게, 사건이 끝나리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런 아오미네의 생각이 산산조각이 난 것은 바로 그 다음날부터였다. 키세의 발언이 있었던 다음날부터, 쿠로코는 늦게 귀가하는 일상을 시작했던 것이었다.

 


아오미네는 이를 까득, 갈며 굳게 닫힌 쿠로코의 방문을 노려보았다. 당장이라도 문을 열고 들어가 도대체 이유가 뭐냐고, 그것이 자신의 잘못이냐고 묻고 싶기도 했지만 그것이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것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그런 행동을 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오히려 여태껏 쿠로코가 키세가 말한 것과 같은 생각을 해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중학생 시절과 고등학생 시절이 지나가고, 자연스레 ‘연인’ 으로 사귀게 되었던 두 사람이었다. 형식상으로 고백은 아오미네가 했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레 곁에 있었고, 손을 잡았으며, 입을 맞추었다. 그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서로의 감정을 의심할 이유는 없었다. 그랬기에 아오미네는 자신의 고백이 거절당할 것이라고는 추호도 의심치 않았고, 그의 생각대로 쿠로코는 조용히 그 고백을 받아들였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그 상황 속에서 아오미네는 쿠로코가 저와 같은 남자라는 것을 인식했지만 그렇다고 키세의 말처럼 어떤 포지션에 서로가 있는 지에 대해서는 생각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쿠로코는 그와 다를 지도 몰랐다. 아오미네에 비해 크지 않는 키와 늘지 않는 체격을 늘 신경 쓰곤 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가끔씩 입 밖으로 내어 말할 정도로 투덜거리기도 했으니 말이었다. 하지만 쿠로코가 대놓고 그런 이야기를 꺼낸 적은 없었기에, 쿠로코 역시 그런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동시에, 때때로 자신의 행동에 쿠로코가 자신은 여자가 아니라며 말할 때에는 그런 것에 신경을 쓰는 건가, 하고 갈등하기도 했다. 그런 줄다리기 속에서, 키세의 말이 결국 폭탄을 터뜨린 것이리라.



 

결국, 여태껏 쿠로코의 마음을 눈치 챌 수 있었음에도 혹시나 하는 두려움에 그것을 외면하고 있었던 것은 아오미네 본인이었고, 그의 죄였던 것이다.



 

아오미네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소파 위에서 몸을 웅크리고 잠들어 있는 2호의 털을 쓰다듬었다. 부디 내일은, 쿠로코가 저를 돌아봐주기를 바라면서.

 

 


*

 

 

 

째깍, 째깍, 째깍.


어느덧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밤 9시를 넘겨가는 시각. 최근 일주일의 상황을 보았을 때, 그리고 연락이 없는 것을 보아 오늘 역시 늦을 것이리라는 것이 예상이 되는 터였다. 2호의 저녁을 챙겨주고, 소파에 앉아 아오미네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움직이는 시곗바늘을 하릴 없이 바라보았다. 어제와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그러나, 어제와는 달리 아오미네의 눈에는 언뜻 불안감과 함께 어느 정도의 허탈감이 섞여 있었다. 슬슬 이제는 쿠로코가 어떤 말을 할지에 대해 대비를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오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물론, 생각도 하기 싫은 일임이 분명했지만 말이었다.


조용한 적막 속에서 아오미네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생각이라고 해봤자 최근 쿠로코의 늦은 귀가 탓에 느낀 외로움에 대한 것이 대부분의 내용이었다. 쿠로코가 없음으로써 느끼는 외로움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의 과도기가 마지막이리라고 생각했었고, 그에 안도감을 느꼈던 아오미네였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을 찾아온 때 아닌 시련 아닌 시련에 아오미네는 더 큰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왕!


 

제 무릎으로 폴짝 뛰어오른 2호는 제 입에 물고 있던 물건을 아오미네의 무릎 위에 내려놓고 왕, 소리를 내며 짖었다. 허벅지를 누르는 조금 가벼운 무게의 정체는 다름 아닌 휴대폰이었다. 어째서 이걸 물고 온 것인지, 아오미네는 조금 의아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러자 아오미네는 자신이 기다렸던, 최근에 보지 못했던 이름이 휴대폰 액정에 깜빡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테츠]


 

아오미네는 눈을 두어 번 깜빡이며 휴대폰 액정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액정에 반짝이는 이름은 바뀌질 않았다. 그에 아오미네는 약간의 당황스러움을 담아 플립을 열어젖히려 했으나 그와 동시에 전화가 끊겨 버렸다. 이런 낭패가 있나 싶어 다시 전화버튼을 누르려는데, 다시 휴대폰 액정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그 전화의 주인은, 이전의 것과 같았다. 아오미네는 천천히 플립을 열어젖히고 조심스레 귀에 휴대폰을 가져다 대었다.

 

 


“…테츠?”

-아오미네 군, 지금 바쁘신가요?


 

 

저의 행방을 물어오는 쿠로코의 물음에서, 아오미네는 또 쿠로코가 술에 취해있음을 알 수 있었다. 조금 올라간 억양의 정도에서 아오미네는 쿠로코가 술을 마셨음을 알아차렸던 것이다.

술은 누구와 마셨을까.


홧김에 저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외치더라도 놀랍지 않을 상황에서 도대체 누구와 술을 마셨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고, 질투를 하고 있는 제 자신의 모습에 아오미네는 짧게 웃었다.

 

 

-아오미네 군?

“아, 아니. 안 바빠. 무슨 일인데? 집에 안 들어와?”

-아오미네 군이 데리러 와줬으면 싶어서요.

 

 

쿠로코는 담담하게 말하며 곧 제가 있는 곳의 위치를 읊어주었다. 쿠로코가 읊어준 장소는 아오미네도 잘 아는 장소였다. 집 근처의 작은 술집이었다. 아오미네는 곧 가겠다고 대답하며 급히 아파트 문을 박차고 뛰어나왔다. 물론, 휴대폰을 가져다 준 2호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는 것을 잊지 않고 말이다.


 걸어서 이십 분 정도의 술집까지 3분 만에 달려간 아오미네는 급히 눈을 움직여 쿠로코를 찾았다. 쿠로코는 술집 제일 안쪽 구석에 혼자 앉아 유리잔에 술을 따르고 있었다. 아오미네가 급히 달려가 쿠로코 앞에 앉자 쿠로코는 그제야 아오미네를 발견했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빨리 왔네요, 아오미네 군. 아직 겨울인데, 옷 좀 입고 나오지 그랬습니까.”


 

 

쿠로코는 유리잔에 든 마지막 액체를 목으로 넘기며, 아오미네에게 잔소리를 했다. 급히 나온 탓에 아오미네는 얇은 니트만을 몸에 걸치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오미네는 그제야 제 옷차림을 깨닫고 제 뒤통수를 긁적였다. 그 모습을 보며 유리잔을 비운 쿠로코는 천천히 제 옷을 걸치고 짐을 챙겨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슬슬 나갈까요.”

“아, 응.”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선 쿠로코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어째서 자신을 불렀느냐고 묻고 싶을 정도로 말이었다. 소란스러운 거리 속, 두 사람 사이에만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쿠로코가 앞서 발걸음을 옮기고, 아오미네가 그 뒤를 따랐다. 제 앞에서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기는 쿠로코를 보며, 문득 아오미네는 이전에 쿠로코가 자신의 뒷모습을 보았을 때 무척이나 쓸쓸했노라고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 때에는 그 이야기가 무슨 의미였을까 생각했었던 것 같은데, 이제야 그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함께 걷는 것이 아닌, 한쪽이 앞서 걷는 것은 무척이나 쓸쓸한 것이라는 사실을.


 

 

“아오미네 군.”

“어?”

“자꾸 멍하니 있을 겁니까. 잠깐, 저기 벤치에서 기다려주세요.”

“어? 테츠?”


 

 

제가 붙잡을 새도 없이, 쿠로코는 성큼성큼 발을 옮겨 저 멀리로 걸어가 버렸다. 혹시 저를 두고 가버리는 것이 아닐까,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돌려 하는 것은 아닐까하고 생각을 하다가도 쿠로코의 성격 상 그럴 리는 없다고, 제 자신을 도닥이며 아오미네는 벤치로 걸어가 앉았다.


그런 그의 아오미네의 생각을, 이번에는 저버리지 않고 쿠로코는 아오미네에게로 되돌아왔다. 그의 손에는 따뜻하게 데워져 김이 모락모락 나는 캔 커피 두 개가 양쪽 손에 쥐어져 있었다. 쿠로코는 조용히 아오미네에게 커피를 내밀었고, 아오미네는 그것을 받아들었다. 쿠로코는 말없이 아오미네의 옆에 앉아 제 목에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풀었다. 갑자기 무슨 일인가 싶어 눈을 껌뻑이는 아오미네에게, 쿠로코는 풀어낸 목도리를 그의 목에 감아주었다.


쿠로코의 체온으로 따뜻하게 덥혀진 하얀 목도리가 목에 둘러졌다. 그렇게 춥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건만, 목도리를 두른 순간 따뜻한 온기가 아오미네를 덮쳤다. 그 온기에 아오미네는 가슴 한 구석에서 무언가가 울컥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끼며,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자, 근 일주일간 그리웠던 향기가 저에게 밀려드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정말, 너는 어쩔 수가 없네요.”

“테츠.”

“요 일주일간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키세 군이 했던 말에 대해서요.”

 


 

아오미네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쿠로코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에, 아오미네는 조용히 입을 닫고 쿠로코의 말이 떨어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사실 키세 군이 말한 것처럼 포지션, 이라고 할까요. 연인에서 남자와 여자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어쩌면, 아오미네 군하고 사귀게 되기 전부터 생각을 했던 건지도 모릅니다. 저도, 아오미네 군을 좋아하고 있었으니까요.”

 


 

솔직한 쿠로코의 말에 아오미네는 천천히 제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 말에, 행복에 겨워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평소 직접적으로 좋아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 드문 쿠로코인 만큼, 그 뒤에 어떤 말이 나올지 불안이 앞서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저는 아오미네 군과 함께 일 때면 그런 관계의 확립 같은 건 상관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오미네 군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요.”

 


 

조심스레 바라본 쿠로코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 아오미네는 한참 동안 쿠로코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웃음이 걸린 쿠로코의 얼굴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곧 쿠로코는 얼굴에 완연한 웃음을 담은 채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아오미네 군.”

“응, 테츠.”

“속설이지만, 남자는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여자는 마지막 사랑을 잊지 못한다고 합니다.”


 

 

뜬금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런 쿠로코의 말을, 아오미네는 고개를 끄덕여 가며 듣고 있었다. 그런 아오미네의 모습에, 쿠로코는 겨울바람에 조금 서늘해진 아오미네의 손을 잡았다. 손가락 사이사이의 온기가 서로에게 엉겨 따뜻한 온기를 만들고, 그 온기가 두 사람의 손을 녹여갔다. 쿠로코는 아오미네의 손을 잡은 채로, 아오미네의 눈을 오롯이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는 남자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여자인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희 두 사람 사이에서, 그런 역할을 분분히 따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까 말한 것처럼, 아오미네 군의 곁에 있으면 행복하니까요. 하지만 만약, 그런 역할을 나누어야겠다면 저는 양쪽 다 선택하고 싶습니다. 저는 남자이면서, 아오미네 군에게는 여자이어도 좋을 것 같으니까요.”


 

 

당신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으로 남을 수 있다면 말입니다.


제가, 이기적인가요?


 

쿠로코가 덧붙인 물음에 아오미네는 크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무어라 입을 여는 대신 쿠로코의 손을 세게 잡았다. 따뜻한 온기가 한층 더해지고, 곧이어 맥이 뛰는 듯한 조그마한 박동이 손을 타고 흘러들었다. 그에 쿠로코는 작게 웃으며 손을 잡지 않은 쪽의 손으로 주먹을 쥐어, 아오미네의 앞에 대어 보였다. 그에, 아오미네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저의 다른 쪽 손으로 주먹을 쥐어 쿠로코의 주먹에 부딪혀 주었다.


익숙하고도, 조금은 오랜만의 행동에 두 사람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근 일주일간의 여백은 없었다는 듯, 무척이나 자연스럽고도 기분 좋은 웃음이었다. 꼭 아무 근심 걱정도 없었던, 그저 두 사람이 함께인 것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던 중학교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연성입니다ㅠ//ㅠ*) 리버스 없이 청흑을 좋아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라면 그 어 떤 것도 행복으로 변할 것이라는 믿음을 고이 간직하고 있습니다ㅠㅁ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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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뻗으면, 바로 당신에게 닿는 거리에서







먼저 손을 놓아버린 것은 그 자신이었다.


그 일은, 모든 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었다는 것, 그리고 그를 떠날 이유로는 합당치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오미네는 그를 떠났다. 그의 손을 먼저 놓아버렸고, 그를 피했다. 그의 눈동자는 그 누구와도 달랐고, 자신과는 현저히 달랐다. 자신은 모든 것을 포기했지만, 그는 자신보다 열등한 조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때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강한 의지를 담은 눈. 어쩌면 아오미네가 그를 떠난 것은 그 눈이, 그 의지가 두려워서였는지도 몰랐다.


그를 떠나보낸 후, 아오미네는 제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생각보다 그것이 자신에게 큰 여파를 미칠 것임도 함께. 하지만 아오미네는, 그를 찾을 수 없었다.


분명 모모이한테 찾아달라고 말하기만 한다면 그를 찾기란 쉬울 일일 터였다. 하지만 그는 쿠로코를 찾지 못했다. 아니, 그를 잡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손만 뻗으면 닿을 그 거리에서, 손을 잡지 않고 밀쳐낸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 그에 따른 죄책감과 일말의 자존심. 그것이 그를 찾지 못하게 아오미네를 얽매었다. 그리고 그것은, 세이린과 토오가 맞붙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하지만 쿠로코를 다시 만났을 때, 아오미네는 그의 모습이 변하지 않았음을 알아챘다. 연한 물빛을 띄는 눈동자는 언제나 자신을 바라보던 진실 된 눈동자였다. 그래서 그는 실망했고, 안도했다. 변하지 않은 그의 모습이 좋았다. 하지만 그 눈동자는 다른 이를 향하고 있었고, 그는 제가 했던 말과는 달리 과거와 같은 모습이었다. 그런 눈을 가진 사람도, 바뀌지 못했는가. 그렇다면 자신에게는 희망이 없는 것인가. 그리고 쿠로코는 더 이상 제 옆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인가. 그러한 실망에, 아오미네는 쿠로코에게 상처가 될 것임을 알면서도도리어 험한 말을 내뱉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곧 그 말이, 아오미네는 제가 한 말이 그를 바꿔놓았음을 깨달았다. 다시 그와 마주했던 날, 아오미네는 그의 눈동자가 바뀌었음을 깨달았다. 그의 옆에 있는 카가미의 눈동자 역시 바뀌었음도 함께. 두 사람의 눈동자에는 서로를 향한 신뢰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오미네에게 열등감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늘 제 그림자로서 함께 있었던 이였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그림자가 아니었다. 흐릿하지만 또 하나의 빛으로서, 카가미의 옆에 서 있는 또 하나의 개체였다. 더 이상 빛에 딸린 그림자가 아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았을 때, 아오미네는 전과 다른 의미로 실망했다. 언제까지나 그는 그림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그림자가 아니었다. 언제든 남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존재였다. 아마도 제 손은 더 이상 그에게 닿지 않으리라


세이린에게 패한 후, 아오미네의 의욕은 살아나지 않았다. 딱히 그것이 믿기지 않는다거나, 대적할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다거나 그런 것이 아니었다. 단지 허탈했다. 쿠로코에게 져서 자존심이 상한다거나 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그는 모든 것을 잃은 것 같았다.


동료도 없었고, 농구에서도 패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그에게 충격이었던 것은, 더 이상 쿠로코가 없다는 것이었다. 쿠로코와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내심 그는 언제든지 제가 손을 내민다면 그는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러한 그의 믿음은 산산조각이 난 것이다. 아니, 그것은 믿음이라기보다는 오만이었으리라. 그리고 그는 오만에 대한 벌을 받은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쿠로코가 제게 슛을 알려달라며 돌아왔을 때, 아오미네는 제 눈과 귀를 의심했다. 다시는 만날 일이 없으리라고, 아니 그러지 못하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아오미네에게 슛을 알려 달라며 다가왔다. 그 모습을 봤을 때, 아오미네는 눈이 시렸다. 눈물이 날 것만 같이, 눈이 시리도록 아파왔다. 그의 손을 잡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손을 잡았다가는, 그가 그를 뿌리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차마 잡을 수가 없었다. 그에게 닿으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꼭 산산조각이 날 것만 같아서.



“아오미네 군?”



자신을 부르는 쿠로코의 목소리에 아오미네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쿠로코가 물빛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약간은 피곤한 듯 아오미네의 가슴에 머리를 기댄 쿠로코는 어느새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내려놓은 상태였다. 묵직하게 가슴을 누르는 무게가 좋았다. 아오미네는 팔을 뻗어 쿠로코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편안함을 만끽하며 쿠로코의 목덜미로 고개를 묻었다.



“아오미네 군? 괜찮습니까? 표정이 안 좋은 것 같았습니다만.”

“아아, 그냥 예전 생각이 났어.”

“예전 생각…입니까? 무슨…….”

“아무것도 아냐. 배고파, 테츠.”



얼버무리듯 말하는 아오미네의 말에 쿠로코는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쿠로코는 뒤에서 자신을 껴안은 아오미네의 팔을 살짝 밀어내더니 이내 아오미네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아기를 달래듯 머리를 토닥였다. 그리고는 아오미네의 귓가에 따뜻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괴로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오미네 군. 그 과거가 무엇이든, 과거이니까요.”



그렇게 말한 쿠로코는 아오미네의 뺨에 작게 키스하고는 저녁을 준비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는 부엌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뒷모습을 본 아오미네는 손을 뻗었다. 쿠로코의 어깨가 손에 잡히고, 그의 눈동자가 재차 아오미네를 향했다. 꿈이 아니다. 그는 다시 제게로 돌아온 것이다. 아오미네는 소파에서 일어나 쿠로코의 어깨에 팔을 감았다. 그리고는 픽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에 도와줄게, 테츠.”

“또 국에 설탕을 부을 계획이십니까?”



쿠로코는 농담조로 웃음을 담아 말하고는 어깨에 걸쳐져 있던 아오미네의 손을 잡았다. 따뜻했다. 이 손을, 다시는 놓쳐서는 안될 것이리라. 아오미네는 쿠로코와 함께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다시 한 번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이 거리를 좁힐지언정, 멀어지지는 않을 것이리라고.


손을 뻗으면 언제든지 닿을 수 있는 이 거리를.





# 지난 번 연성에 제목 잘못 달은 걸 지금 깨달아서...! 업로드 다시 합니다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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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우연일지도 몰랐던 그 순간.







모든 일은 그저 예상치 못할 때 일어나고는 했다. 그리고 그가 다가온 날 역시 마찬가지였다. 쿠로코에게 그 날의 일은 아직도 생생히 머릿속에 박혀 있었다. 그가, 아오미네 다이키가 자신에게 다가온 날의 일은 말이었다.

 

어느 날, 바람처럼 찾아온 아오미네는 꾸준히 제4체육관에 찾아오곤 했다. 물론 아오미네와 쿠로코의 차이는 현저했다. 어째서 그는 1군이고, 자신은 3군인지를 알려주는 것만 같았다.


농구에 대해 흥미를 갖고 시작했지만 자신의 능력은 잘 알고 있었다. 현저히 떨어지는 신체 능력. 작은 건 아니었지만 농구라는 스포츠에서 크지 않은 키. 늘지 않는 슈팅. 그런 쿠로코였기에 3군 생활도 그에게 편하지만은 않았다. 천성이 그런 탓도 있었지만, 말수도 적어 존재감이 희미했다. 그 때문에 주변 학생들과 플레이를 한다고 해도 공을 주고받을 기회도 적었다. 그러니 실력이 늘어날 리도 없었고, 혼자서 훈련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쿠로코의 모습이 남이 보기에는 한심해 보일법도 했지만 아오미네는 내색하지 않고 4체육관을 찾았다. 쿠로코는 그의 모습에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때때로는 자신과 계속해서 플레이 해주는 아오미네에게 고마움을 느끼기도 했다. 공을 다루는 것에는 소질이 없는 쿠로코였다. 남들보다 손이 작기도 했고, 운동 능력 등이 떨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쿠로코에게 아오미네가 제안했다.

 


“탭 패스를 해보는 건 어때?”

“탭 패스…말입니까?”

“어. 괜찮을 것 같은데, 테츠.”

 


아오미네는 어느 순간부터 그를 이름으로 부르고는 했다. 이름이라고 해봤자, 애칭같은 약칭으로였지만 말이다. 부모님도 애칭으로 부르지 않아 처음에는 낯설어하기도 했지만, 너무도 익숙한 어조에 점점 편안하다고 느껴지는 칭호였다. 쿠로코는 자신을 부르는 말에 저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아오미네의 말을 곱씹어 보았다.

 


“한 번 해보겠습니다. 패스 해주시겠습니까?”

“그래. 골대 쪽으로 패스해봐. 간다!”

 


아오미네가 순식간에 달리는가 싶더니 공을 던졌다. 골대에서 한참 먼 거리. 순간적으로 주변을 확인한 쿠로코는 농구공을 쳤다. 아오미네의 힘을 받아 허공을 갈랐던 공에 쿠로코의 힘이 더해져 쏜살같이 공은 골대 밑쪽으로 향했다. 재빨리 달려 공을 낚아챈 아오미네가 공을 던졌다. 공이 시원스럽게 그물을 빠져나와 떨어졌다. 그 모습을 본 쿠로코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던져준 공이 깔끔하게 들어가는 모습은 마치 제가 슛을 넣은 것 마냥 기쁨을 맛보게 해주었다.

 

어느새 제 옆으로 달려온 아오미네가 씩 웃으며 어깨에 팔을 걸쳤다. 되려 쿠로코가 떨떠름한 얼굴이었다. 밝지 못한 표정을 짓는 쿠로코의 얼굴을 본 아오미네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왜 그래?”

“……신기합니다.”

“그럼 좀 웃으라고, 테츠.”

 

 

아오미네의 말에 쿠로코의 입가에 작은 웃음이 걸렸다. 그제아 아오미네가 만족스럽게 쿠로코의 머리를 마구 헤집었다. 머리카락을 마구 헤집던 손은 이내 토닥임으로 바뀌었다. 그리고는 제 주먹을 내밀어 보였다. 쿠로코가 무슨 의미냐는 듯 그를 올려다보자 아오미네는 쿠로코의 손을 들어 주먹을 쥐게한 후 제 주먹에 가져다 댔다. 가볍게 주먹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아오미네의 주먹과 맞닿았던 제 주먹을 쿠로코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뭔가 생소한 느낌이었다. 시합에서 이기면 하이파이브나 얼싸안던 팀원들이 가끔씩 부러웠던 그였다. 지금 것도 그런 것과 비슷한 것일 것이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특별한 기분이 들었다. 고작 주먹을 맞댄 것 뿐이었지만, 특별한 기분이었다.

 

저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걸렸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오미네는 다시 공을 붙잡고 달려갔다. 그의 뒷모습을 보던 쿠로코의 얼굴에 불안감이 스치고 지나갔다. 불현듯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분명히 아오미네는 저를 떠날 것이 분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은 사는 세계가 달랐다. 아오미네는 1군이었고, 쿠로코는 3군에서도 존재감이 희미했다. 아오미네는 자주 같은 코트에 서자고 말했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리라.

 

하지만 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자신이 던진 공을 받아주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언젠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보면 그는 제게 헛된 희망을 심어주고 있었다. 하지만 또한 그렇기 때문에, 쿠로코는 농구를 그만두지 않을 수 있었다.

 

처음 패스를 주고 받은 이후로, 두 사람은 곧잘 패스를 연습했다. 점점 두 사람의 손발은 잘 맞아 갔고, 눈을 감고서도 패스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던 중, 아카시가 두 사람을 발견했고, 그렇게 쿠로코는 환상의 식스맨이 되었다. 그렇게, 두 사람만의 훈련은 끝이 났다.

 

 

 

“다이키와 테츠야는 손발이 제일 잘 맞네. 빛과 그림자 같군.”

“오, 그거 좋은데? 테츠, 너 내 그림자해라.”

“그럴까요. 그보다 좀 더 훈련하죠, 아오미네 군."

"에엣, 저도 빛 하고 싶슴다, 쿠로콧치!“

“됐거든! 키세! 넘보지 마라!”

 

 

 

설핏 과거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아카시에게서 빛과 그림자 콤비라는 말을 들었을 때, 자신의 기분은 어떠했던가. 그것을 받아들이고 키세에게 넘보지 말라는 말을 했을 때의 아오미네의 표정은 어떠했는가. 지금은, 희미한 기억이었다. 하지만 분명히 자신만큼은 행복했었노라고, 쿠로코는 믿을 수 있었다.


그만큼, 행복했던 나날이었다. 그와 함께 했던 날들은.

 

 

 

후, 하고 숨을 내쉬자 하얀 입김이 허공에서 바스라졌다. 아오미네 군, 그 때를 기억하고 있나요? 소리 없는 물음이 쿠로코의 마음속에서 울려 퍼졌다.

 

하늘에서 하얀 눈이 조용히 떨어지고 있었다. 쿠로코는 천천히 걷던 발걸음을 조금 재촉했다. 저 멀리서, 파카 하나를 걸치고 벽에 기대어 서 있는 이가 눈에 들어왔다. 어디서든 알아볼 수 있는 구릿빛 피부와 까만 머리카락. 머리카락 위에 하얀 눈이 조금씩 쌓여가고 있었다. 저를 발견한 듯, 그가 천천히 벽에서 떨어졌다. 그리고는 머리에 쌓인 눈을 털어내며 자신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테츠!”

 

 

그가 부르는 제 이름은 변하지 않았다. 그 때와 같았다.

 

 

“얼른 와, 춥다! 너 그러다 감기 걸려!”

 

 

저를 걱정해주는 목소리가 좋았다. 쿠로코는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그에게 그 때를 기억하느냐고 물어볼까, 하는 생각이 설핏 들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기억하지 못해도 상관 없었다. 그저 지금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족했다.

 

그러니까, 나중에 한 번 물어보겠습니다, 아오미네 군. 느긋하게, 편안한 마음으로 말이죠. 만약, 아주 만약에, 아오미네 군이 기억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조금 울어버릴 지도 모르겠지만요.

 

 

그렇게 생각하며 쿠로코는 입가에 미소를 띄고, 그를 향해 달려갔다.

 

 



#

2012년 합작에 참여했던 글입니다. 지금 보니 뭘 쓴 건지도 모르겠지만, 천천히 백업해나간다는 기분으로...!

생각보다 풋풋한 냄새가 나는 연성을 할 줄 알았네요....5년 전의 나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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