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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5 어나스테 Q15 신간 인포
* 7.15 Another Stage Q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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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신간] WONDERLAND BOYS
:: 유원지에 놀러간 이즈미와 마코토가 어린 시절 함께 유원지에 갔던 것을 회상하는 이야기입니다.
A5|중철제본|30P 내외|\3000
마오와 호쿠토의 손을 거친 서류가 스바루를 거쳐 마코토의 앞에 도달했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마코토는 황급히 서류를 넘겨 내용을 빠르게 훑어보았다. 그다지 큰 문제는 없어 보이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페이지를 넘기던 마코토의 눈동자가 요동치듯 흔들렸다. 눈을 깜빡이며,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러나 그의 눈에 들어온 글자는 그대로, 선명히 종이에 새겨져 있었다.
출연 (예정) : 트릭스타, 나이츠
나이츠. 물론 리모델링 후 축하 공연이니만큼 트릭스타의 단독 공연이 아니리라고는 생각했다. 그럼에도 꼭 나이츠여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이츠의 이름과 함께 떠오른 얼굴이, 유원지와 겹쳐져 조금 전 떨쳐 내었던 과거의 기억을 상기시켰기 때문에.
그러나, 그러한 점을 빼고 보면 최근에 보았던 것 중 가장 좋은 조건의 계약 제시임은 분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저 역시 서류를 아직 손에 쥐고 있는 것일 테고, 저를 제외한 멤버들이 전전긍긍한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일 터였다. 사실 제 눈치를 볼 일도 아니었다. 4명 중에 3명의 찬성이었으니, 다수결로 정한다 해도 문제는 없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저를 신경써주는 트릭스타의 멤버들은 어김없이 상냥하다 느끼며 마코토는 입을 열었다.
“나 때문에 신경 쓰는 거라면…나는 괜찮아.”
“무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유우키.”
“아냐. 다들 신경써줘서 고맙지만…이건 좋은 기회잖아?”
대형까지는 아니더라도 중형 정도의 크기는 되는 유원지라, 최소한 도내 방송국에서라도 촬영을 하러 올 것이 예상이 되는 일이었다. 아무래도 가급적 많은 매체에 언급되는 편이 좋은 아이돌로서는, 이런 기회가 흔치 않았다. 그것도, 아직 학생 신분인 트릭스타로서는 더욱이.
“정말 괜찮아. 어쩌면 나이츠는 일정이 있을 수도 있잖아?”
“하하, 맞아! 미역 머리 선배가 일이 있을 수도 있지~”
농담처럼 웃어넘기는 마코토의 말에, 스바루가 밝은 목소리로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그런 마코토를 바라보는 트릭스타 멤버들의 얼굴은 그리 밝지 못했다. 그런 멤버들의 모습에 애써 불안감을 감추려 했지만, 사실 마코토는 알고 있었다. 트릭스타가 함께 출연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이즈미는 큰 일이 아닌 이상 어떻게든 앞뒤 일정을 조정해서라도 참여할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는 트릭스타의 다른 멤버들 역시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마코토와, 트릭스타 멤버들의 예상은, 어쩌면 당연하게도 현실이 되었다.
❉
“좋은 아침이야, 유우 군~”
이른 아침,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아침 인사였다. 동이 막 트기 시작해 비치는 아침햇살과 어울리는 상큼한 미소. 그런 미소를 담고 저를 맞는 얼굴은 의심할 여지없는 이즈미의 것이었다.
“…왜 아침부터 여기 있는 거에요, 이즈미 씨….”
“하아? 모처럼 유우 군과 스케줄이 맞는데, Knights의 기사로서 유우 군을 에스코트하러 온 건 당연하잖아?”
이즈미의 말을 들으면, 되려 마코토가 이상한 질문을 던진 것만 같았다. 당연하다는 투의 이즈미의 말투는, 때때로 그런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설령 그것이 일반적인 상식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효과는 오랫동안 이즈미를 알아온 마코토에게도 유효했다. 물론, 다른 사람에 비해 약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 이유를 묻긴 했지만, 사실 이즈미가 오리라는 것을 예측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 해도 설마 이 새벽에, 제 집 앞에서 저를 기다리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어느 정도는 예상한 바였기에, 마코토는 짧은 한숨으로 입안에 맴도는 말들을 삼켜냈다. 어차피 말해봤자, 입만 아플 일이었다. 그러니 포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았다.
“이즈미 씨, 오늘도 바이크?”
“그러고 싶었는데, 메이크업은 그렇다 치고 헤어는 망가지잖아?”
그렇게 말하며 이즈미는 휴대폰 액정을 두드렸다. 흘끗 액정을 보니 아무래도 택시를 부른 것 같았다. 그리 가깝지 않은 거리라 택시비가 만만치 않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주저 없이 택시를 잡는 이즈미의 행동은 습관 같은 거였다. 둘이서 전차를 타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마코토의 편안함을 위해 택시를 타고 싶다나. 처음에는 그 돈이 얼마냐며 기를 쓰고 반대했지만,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에는 포기하고 말았다.
곧 이즈미가 부른 택시가 도착했다. 마코토를 먼저 좌석에 앉히고 그 뒤에 택시 안으로 올라탄 이즈미는 익숙하게 가려는 주소를 읊어주었다. 부드럽게 운전할 것을 당부하며 말이다. 그의 말대로 부드럽게 출발한 택시는 매끄럽게 주택가를 빠져나가 시내를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혹여 무슨 일이 생길까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이즈미는 흘끗 마코토를 살폈다.
“피곤하면 눈 좀 붙여, 유우 군. 오늘 아침, 평소보다 이르잖아?”
“괜찮아요. 그래서 어제 조금 일찍 잤으니까….”
“눈이 조금 빨간데?”
이즈미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뻗어 마코토의 눈가를 매만졌다. 마코토가 흠칫 놀란 듯 얼굴을 움직였지만, 이즈미는 손을 떼지 않았다. 대신 걱정스러운 듯, 쓰릴까 눈가를 쓸어보지도 못하고 살며시 매만지는 것이었다.
“유우 군, 잠 설쳤어? 악몽이라도 꾼 거야?”
“아니라니까요? 으으…지금부터 저 잘 테니까!”
말 걸지 마요!
그렇게 말한 마코토는 이즈미의 손을 쳐내고는 몸을 돌려 창 쪽에 머리를 기댔다. 그리곤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 척 했다. 그런 마코토의 등 뒤로, 이즈미의 손이 가까워졌다가 다시 멀어졌다. 잠을 깨우지 않을 요량인지, 언제 챙겨왔는지 모를 담요를 마코토의 무릎에 걸쳐주고는 다시 앞을 응시하는 것이었다.
2. [신간] 이상한 나라의 유우 군
:: 이즈미의 고백을 받은 마코토가 이상한 나라에서 여러 일들을 겪으며 이즈미에 대한 사랑을 자각하는 이야기입니다.
* 리츠마오 요소 있음
A5|중철제본|40P 내외|\4000
“오래 전부터, 유우 군을 사랑해왔어.”
평소와 같지 않은, 담담히 사랑을 고하는 목소리. 그 차이를 알아차리지 못할 수 없었다. 이즈미에게 누구보다도 많은 사랑을 외치는 목소리를 들어온 것은 자신이었다. 그런 자신이, 그 차이를 알아차리지 못할 수는 없었다.
“…지금 당장 대답해달라는 건 아니야.”
그렇지만 생각해줬으면 좋겠어, 유우 군.
그렇게 덧붙이는 이즈미의 목소리가 아련하게 귓가에서 흩어졌다. 투명한 안경 알 너머로 보는 이즈미는 전에 없이 자신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바보 같은 이즈미 씨. 웃을 상황이 아니라 생각하면서도, 마코토는 입꼬리를 비틀며 비뚤게 웃었다. 조금 전 사랑을 고백할 때에만 해도 저를 똑바르게 바라보고 있던 시선이 흐트러진 이유는, 그 역시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자신의 말이, 두 사람의 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지에 대해. 그럼에도 세나 이즈미는 선택했다. 마코토에게 일방적인 사랑을 쏟아 붓는 대신, 그의 대답을 구하기를. 설령 그것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해도.
정말, 바보 같아. 이즈미 씨도,
나도.
참지 못한 말이 입에서 새어나왔다. 그리고 그런 마코토의 말에, 이즈미는 응수하는 대신 고개를 떨구었다.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마코토는 이즈미에게서 등을 돌렸다. 등 뒤에서 새된 비명소리인지, 아니면 바람소리인지 모를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유우키 마코토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이어지는 페이지가 아닙니다)
“우냐앗! 늦어버려짜나―!”
익숙한 목소리에 눈을 떴을 때, 마코토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렇지 않으면, 익숙한 라빗츠의 의상을 입은 하얀 토끼가 인간의 말을 하고 있을 수 없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라빗츠의 트레이드 마크라고도 할 수 있는 푸른 색 모자와, 어깨에 펄럭이는 세일러 옷깃은, 의심할 여지없이 마코토가 아는 그것이었다.
“아아니 마코칭이쟈나?!”
그리고, 긴장하거나 당황했을 때 나오는 혀 짧은 소리와 그가 잘 아는 목소리까지. 비록 토끼의 모양새를 하고 있긴 했지만, 눈앞에 있는 사람―아니 토끼는, 분명히 마코토가 알고 있는 나즈나일 것이었다. 나즈나 토끼, 그러니까 나즈나는 이내 마코토를 발견한 듯 깡총, 깡총 달려왔다. 그리곤 털이 복슬복슬한 손, 아니 앞발로 마코토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늦어써어! 마코칭, 어서 따라와!”
“에, 에? 니토 선배? 갑자기 이게 무슨…”
“시간 없으니까 빨리!”
그렇게 마코토는 영문도 모른 채, 나즈나의 손에 이끌려 들판을 달렸다. 들판 한 켠에 있는 커다란 나무. 그리고 그 나무에 있는 구멍을 가리키며 나즈나는 말했다.
“알았지, 마코칭? 무서워말고 뛰어내리는 거야?”
“네? 하지만…”
“쟈, 어서!”
나즈나는 망설이는 마코토를 나무 구멍 속으로 밀어 넣었다. 작은 토끼가, 어디서 그렇게 큰 힘이 나는 걸까 하고 생각될 정도로 강한 힘으로 말이다. 딱히 꿈이니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마코토는 나즈나가 미는 대로 구멍 속으로 뛰어 내렸다. 깊고 깊은 구멍. 그 속은 꼭 물놀이 어트랙션에 있는 미끄럼틀 같았다. 아, 이런 미끄럼틀도 오랜만이네. 어렸을 때는 가끔 탔던 것 같은데. 쉴 새 없이 미끄러지는 통로 속에서, 마코토는 실없는 생각을 했다.
길고 긴 터널. 그 끝이 다가오는지 발 끝 쪽에서 환한 빛이 보였다. 그리고 갑자기 바닥이 없어진다는 느낌이 들더니, 마코토는 돌연 허공에 떠 있었다.
“엑? 에엑? 으왁―!”
순식간에 허공에서 떨어진 상황에서, 붙잡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직선으로 바닥으로 떨어져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그렇게 아프진 않았다. 역시 꿈은 꿈이구나. 새삼 꿈임을 실감하며, 마코토는 뒤를 돌아, 제가 나온 터널에서 튀어나오는 나즈나를 받았다. 덕분에 나즈나는 마코토와 같이 엉덩방아를 찧는 대신, 무사히 땅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고마워, 마코칭~!”
“별 거 아닌데요. 그런데, 니토 선배 저는 왜 여기에…”
“그건 앞으로 천천히 알게 될 꺼라구! 나는 여기서 이만! 마코칭이라면 잘 해낼 슈 있을 테니까!”
연신 혀를 씹어가며 마코토를 격려해 준 나즈나는, 지상에서 마코토가 그를 멈춰세울 수 없었듯 이번에도 마코토가 잡기 전에 그 자리를 떠났다. 깡충깡충 뛰어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마코토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고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는 걸요 니토 선배….”
“어머? 거기 있는 건 마코토 쨩 아니니~?”
“엣, 나루카미 군?”
3. [구간] JOINT INVESTIGATION
:: 조직물 AU로 이즈마코가 섞인 나이츠+트릭스타의 안즈 구출기입니다.* 리츠마오, 트릭스타 팬클럽 요소 있음. 이즈마코는 사귀고 있습니다.
※ 마오, 마코토 여장 소재 있음
A5|중철제본|56P|\6000
세나 이즈미가 카페 <TRICKSTAR>의 문을 두드린 것은, 어느 겨울날의 일이었다.
TRICKSTAR. 일명 트릭스타. 붉은 벽돌로 이루어진, 2층짜리 건물에 위치한 카페였다. 낮에는 카페를, 저녁에는 칵테일을 판매하고 있는 여느 거리에 하나쯤은 있을 법한 가게. 그러나 트릭스타는 달랐다. 암암리에 트릭스타의 실상이 카페나 술집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그 소문의 내용인즉슨, 트릭스타가 국가보다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그것이 사실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지만 말이다.
“어서 오세요, 트릭스타입니다.”
조금은 묵직한 문을 밀고 들어가자,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정한 셔츠 상의와 짧은 넥타이, 붉은 체크무늬의 에이프런과 파란 체크무늬의 에이프런. 단정한 옷차림을 갖춘 직원들이 맞아주는 카페의 안쪽에서는 은은한 커피향이 풍겼다.
“앗, 세나 선배. 어서 오세요”
가지런히 자른 하늘색 머리카락이 흔들리며 고개를 돌렸다. 해사하게 하얀 얼굴. 제비꽃 빛 눈이 초승달을 그렸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휘어잡는, 그야말로 천사와 같은 미소였지만 이즈미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이즈미는 건성으로 인사하곤 고개를 돌려 홀을 쭉 둘러본 뒤에 하지메에게 물었다.
“혼자야? 유우 군은?”
“유우키 선배라면 안쪽에 계실 거에요.”
“고마워.”
가게 안쪽으로 들어서는 이즈미의 뒤에서, 그의 얼굴을 본 여성 고객들이 수군거렸다. 관리가 잘 된 피부와 오뚝한 콧날, 붉은 입술과 잘 차려입은 옷매와 잘 다져진 체격. 얼굴은 선글라스로 가리고 있다 하나 전체적인 인상이 평범한 일반인 같지 않은 탓이었다. 그러나 제 등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이즈미는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대신 카운터를 지나, 가게 안쪽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커피 원두와 설탕, 각종 음료의 재료나 물건들이 쌓인 선반을 지나, 이즈미는 낯익은 뒤통수를 발견했다. 뒤쪽에서만 봐도, 환한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천장 조명의 빛에 황금빛 머리카락이 은은히 빛났다.
“유―우―군~”
언제 표정을 굳히고 있었냐는 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마코토를 부르는 목소리는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밝았다. 이즈미의 부름에 놀란 듯 움찔 몸을 짧게 떤 마코토가 뒤를 돌았다. 맑은 초록색 눈동자가 저를 돌아보는 순간, 이즈미는 환히 웃었다. 아, 오늘도 너무 귀여워, 유우 군. 매초롬한 눈을 하고, 마코토는 이즈미에게 물었다.
“이즈미 씨? 언제 온 거에요?”
“방금. 뭐 하고 있었어?”
“재고 정리 좀…. 그보다 이즈미 씨, 춥지 않아요? 코끝이 빨개.”
마코토의 시야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빨갛게 물든 이즈미의 코였다. 평소 흰 피부를 자랑하는 그였으나, 얼마나 밖에 있었던 것인지 코끝이 붉어져 있었다. 마코토는 걱정스러운 듯 다가와 이즈미의 코끝을 매만졌다. 이즈미는 어느새 추위도 새까맣게 잊은 채, 제 코끝을 어루만지는 마코토의 손길에 황홀해하고 있었지만.
“이즈미 씨, 지금 표정 변태 같아.”
“이게 다 유우 군이 상냥해서라고? 아아, 유우 군은 어떻게 이렇게 사랑스러운 걸까!”
“네네, 거기까지. 오늘은 어쩐 일이에요, 이즈미 씨?”
익숙하게 이즈미의 환호를 넘기며, 마코토는 이즈미에게 물었다. 그에 이즈미는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어 케이스에 넣었다. 영롱한 맑은 바다의 빛을 띤 푸른 눈동자. 항상 마코토를 향한 애정이 듬뿍 담겨있던 이즈미의 눈동자가 서늘한 빛을 띠고 있었다. 그 눈빛을 빠르게 알아챈 마코토가 물었다.
“일이야?”
“응. 다른 녀석들은?”
“다들 가게 뒤쪽에 있어. 이즈미 씨 먼저 가 있어. 나 잠깐 앞에 가서 자리 비운다고 이야기 하고 올게.”
그렇게 말하며 마코토는 손을 허리에 두른 푸른색 에이프런에 털더니 황급히 카운터로 나갔다. 그런 마코토가 하지메와 토모야에게 지시를 내리고 돌아왔을 때, 이즈미는 그 자세 그대로 그곳에 서있었다.
“이즈미 씨 왜 아직 여기 있어?”
“유우 군이랑 같이 들어가고 싶으니까? 하여튼, 다른 녀석들은 뭐하고 유우 군이 여기 나와 있어? 유우 군한테 이런 뒤치다꺼리를 시키다니, 완전 짜증나.”
이즈미는 불만이라는 듯 표정을 구기며 연신 투덜거렸다. 처음 카페에서 일을 한다고 했을 때에도 결사반대를 외쳤던 이즈미였다. 접시라도 깨지면 손이 다친다거나, 물을 가까이하면 피부가 상한다는 둥 각종 이유를 대며 말이다. 그러나 마코토는 제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그에 이즈미는 틈만 나면 트릭스타를 찾아와 잔소리를 쏟아내곤 했다. 마코토가 험한 일을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말이다.
“아무래도 한 소리 해야겠어. 내가 곱게 키운 유우 군을…!”
“이즈미 씨, 그러면 나 화낼 테니까. 자, 따뜻한 레몬 티 타왔어. 이거 마시고 진정하자, 응?”
애교가 담뿍 담긴 눈으로 살살 눈웃음을 치자, 화로 붉었던 이즈미의 얼굴이 다른 붉은 빛을 띠었다. 아, 유우군 너무해. 제 화를 누그러뜨리려는 마코토의 의도는 명백했고, 순순히 넘어가줄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세나 이즈미라는 남자는 얼음과 같이 차가웠지만, 그것은 유우키 마코토에게만은 예외였다. 봄에 눈 녹듯 녹아버린 이즈미는 결국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며 마코토가 내민 레몬 티를 받아들었다. 따뜻한 머그잔이 차가웠던 이즈미의 손을 녹였다.
그런 이즈미의 행동에 마코토는 그의 마음이 풀렸다는 것을 알고 활짝 웃어 보답했다. 때 한 점 묻지 않은 환한 미소에 이즈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한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마코토였지만, 이즈미의 눈에는 항상 어린 아이같이 보였다. 그것도 물가에 내 놓아, 어디론가 사라지거나 다쳐서 돌아올 것만 같은 어린 아이. 그렇기 때문에 이즈미는 항상 과보호라 여겨질 정도로 마코토를 싸고도는 것이었다.
“가자, 이즈미 씨. 일 있다며?”
레몬 티로 손을 녹이는 이즈미를 이끌며, 마코토는 좀 더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일반 가게의 창고처럼 보이는 통로를 지나, 커다란 방이 나타났다. 벽난로와 각종 책장으로 둘러싸인 벽과 한 가운데에 위치한 소파와 테이블. 마코토는 그 중에서 가장 작은 책장으로 다가섰다.
(이어지지 않는 내용입니다)
선팅 된 창 너머로, 번쩍이는 조명의 빛이 눈부셨다. 무슨 가든파티가 이렇게 화려한가 싶을 정도로, 저택은 환한 빛으로 감싸져 있었다. 주변 집들에서 항의가 들어오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창 너머에서 보며 긴장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마코토였다.
“어쩌지, 떨려….”
“괜찮아, 마코토. 별 일은 없을 거야. 입 다물고 적당히 있다가 화장실에서 보자.”
마오는 격려하듯 마코토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지만, 마코토의 긴장은 풀릴 줄을 몰랐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마코토의 실전 경험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실전에 뛰어드는 일이 잦은 나이츠나, 트릭스타 내에서도 실전 업무를 맡고 있는 마오와 달리 마코토의 주 업무는 컴퓨터를 통한 자료 조사였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직접 현장에 나와있는 것이 어색하고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다음부터는 그냥 안에 있을래….”
“괜찮아, 유우 군. 이 형아가 곁에 있는다니까?”
“이즈미 씨도 발에 땀나게 뛰어 다녀야지 무슨 소리야….”
잔뜩 긴장한 상태로도, 할 말은 다 하는 마코토였다. 그런 마코토가 안쓰러우면서도 대견하다는 얼굴로, 이즈미는 마코토를 꼭 끌어안아 주었다. 익숙한 온기에 새파랗게 질렸던 마코토의 안색이 조금씩 원상태로 돌아오는 듯 했다. 이즈미는 마코토를 다독이며 말했다.
“괜찮아. 잘 할 수 있어. 유우 군이니까.”
“이즈미 씨, 그거 완전 설득력 없거든…”
“그렇지 않아. 형아가 사랑하는 유우 군인걸?”
“그만 stop하고 가는 게 어떠신가요….”
마코토에게 사랑을 속삭이는 이즈미의 옆에서, 츠카사가 파리하게 죽은 낯빛으로 중얼거렸다. 이렇게 되리라고 예상은 했지만, 두 커플 사이에 낀 츠카사는 죽을 맛이었다. 파티장으로 오는 내내 이즈미와 리츠는 작전 구상은커녕 서로 마코토와 마오의 예쁨을 자랑하며, 투닥거리기 바빴다. 그런 두 사람을 마코토와 마오가 말리긴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오는 내내 츠카사는 두 사람의 공방전을 들어야만 했던 것이다.
“건방져, 스~쨩.”
“카사 군, 많이 컸다?”
“그만둬, 리츠! 츠카사 말이 맞아. 이제 슬슬 나가도록 하자.”
이즈미와 리츠는 산통이 깨진 것에 불만인 얼굴이었지만, 마오가 츠카사의 말에 동의하고 나섰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마코토는 이제 도망갈 수 없음을 깨달았다.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이제 호랑이 굴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음을.
굳게 닫혀있던 차의 문이 열리고, 다섯 사람은 줄지어 차에서 내렸다. 레드카펫과 환한 조명이 눈이 부셨다. 초대장을 가진 츠카사를 선두로, 이즈미와 마코토, 리츠와 마오가 그 뒤를 쫓았다. 레드카펫은 고급스럽게 생긴 것처럼 푹신했다. 저택의 열린 대문을 지나, 레드카펫을 걸어간 다섯 사람은 집의 문 앞에 당도했다. 그 앞에는 그야말로 드라마에서 나올법한 집사의 복장을 한 노인이 서 있었다. 노인은 츠카사의 얼굴을 한 번 보더니, 그의 손에서 초대장을 받아들었다. 그리곤 이름을 확인하더니 이내 허리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환영합니다, 스오우 가문의 도련님. 뒤 쪽에 계신 분들은…”
“아, 제 friends입니다. 토리 군에게도 소개시켜 주고 싶어서요.”
“그러시군요. 안으로 드시죠. 그럼 즐거운 시간되시길.”
그렇게 말하며 집사는 몸을 살짝 틀어 안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주었다. 생각보다 까다롭지 않은 입장에 마코토와 마오는 내심 신기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즈미와 리츠는 표정하나 바뀌지 않은 채 앞으로 걸어 나갔지만 말이다.
“유우 군, 팔짱.”
“아, 응! 근데 이즈미 씨, 보통 이런 파티에 친구라고 그냥 입장시켜 주는 거야?”
“카사 군네 집안의 힘도 있고, 이런 곳에 올 정도라면 데려오는 사람 판별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할걸.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의 생각은 다들 그 정도지. 우리가 사고 치면 카사 군이 망신. 카사 군네 집안이 한 집안 하니까. 싫어하는 집안들은 우리가 사고치기라도 바랄걸?”
그렇게 말하며 이즈미는 시니컬하게 웃었다. 나이츠가 주로 상대하는 사람들에는 고위층 인사나 재계에서도 꽤나 알아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그 바닥의 생리를 어느 정도 알 수밖에 없었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말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trouble을 일부러 만들지는 말아주세요, 세나 선배.”
“내가 카사 군인줄 알아? 그럴 생각 없거든?”
츠카사에게 타박을 주며, 이즈미는 자연스레 마코토를 에스코트 했다. 신랄한 말을 내뱉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손길이었다. 저택의 문을 지나 이어진 긴 복도. 간간히 오가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조용한 복도에서, 마코토는 다시 한 번 숨을 골랐다. 저 앞에 보이는 문을 열면, 아마도 파티가 열리는 홀에 당도할 것이었다. 자신의 모습이 이상해 사람들이 알아차리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런 마코토의 불안을 눈치 챈 이즈미가 그의 등을 살며시 토닥이며 속삭였다.
“괜찮아, 유우 군. 형아가 떨어지지 않을 테니까.”
“아니, 그러니까 이즈미 씨는 발에 땀나게 뛰어다녀야 한다니까?”
“유우 군을 안고 뛰어다니지 뭐.”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능청스러운 이즈미의 말에 마코토는 웃음이 나는 것을 느꼈다. 완벽히 긴장이 풀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조금 전보다는 나았다. 마코토는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이즈미의 팔을 잡았던 손에서 살짝 힘을 빼었다. 너무 긴장한 탓에, 매달리듯 팔을 붙잡고 있었던 탓이었다. 그런 마코토의 행동에 이즈미는 말했다.
“힘은 안 빼도 괜찮았는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즈미는 조금은 안정된 마코토의 모습에 마음이 놓이는 얼굴을 했다. 흘끗 뒤를 돌아보자, 마오 역시 조금은 긴장한 얼굴이었지만 마코토 만큼은 아닌 듯 했다. 평소와 같이 마오에게 업히듯 걸어가는 리츠가 그런 마오의 긴장을 풀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이제 들어가야 합니다. 모두 계획은 잘 기억하고 계시죠?”
“정말 건방지다니까, 카사 군. 카사 군이나 잘 하라구?”
이즈미의 대답에, 츠카사는 옆에 있던 직원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말하며 생각했다. 다시는 이런 일에 끼어들지 않겠으며 당분간 이즈미와 함께 하는 의뢰는 최대한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스오우 츠카사님, 입장하시겠습니다.”
낮은, 그러나 또렷한 목소리로 입을 연 직원은 이내 문을 열어 젖혔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다섯 사람에게 쏠렸다. 침착하자고 몇 번이나 자신에게 되뇌었지만, 갑작스레 쏠리는 수많은 시선에 몸이 굳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조금은 뻣뻣하게 앞으로 걸어 나가며, 마코토는 등을 가리고 있는 숄을 단단히 여몄다.
“유우 군, 넘어지면 내가 잡아줄 테니까 걱정 말고 앞 잘 보고 걸어.”
“으응. 고마워, 이즈미 씨.”
든든하기 짝이 없는 이즈미의 말에 마코토는 곧게 등을 펴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 두꺼운 카펫이 깔려있어 푹신한 홀은 걷기 쉬웠다. 그렇게 홀에 익숙해지는 것도 잠시, 츠카사를 향해 여기저기서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분명 그들의 관심사는 츠카사임에도 불구하고, 마코토는 제게 말이 걸려온 것처럼 긴장하고 있었다.
“오, 오랜만이야. 아버님은 안녕하시지?”
“덕분에요.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나야말로 덕분에. 아, 이번에 말이지…”
대화가 길어지기 시작하자, 이즈미와 리츠는 마코토와 마오를 에스코트하며 벽 쪽으로 물러섰다. 그런 네 사람을 힐끔거리며 몇몇 사람들이 수군거렸지만, 그것은 네 사람을 수상하다 여기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들의 얼굴에 떠오른 홍조는 없었어야 할 테니까 말이다.
“유우 쨩, 뭐 좀 마실래?”
마코토에게 이즈미가 물었지만, 마코토는 저를 부르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눈을 깜빡였다. 유우 쨩이 누구지? 나랑 비슷한 이름이네. 잠시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깜빡이는 마코토에게, 이즈미는 얼굴을 바싹 가져다 대고 다시 한 번 그를 불렀다.
“유―우―쨩?”
“에? 이즈미 씨, 가까워…! 에, 나 부른 거야?”
“그럼 내가 유우 쨩이라고 부를 사람이 또 누가 있어?”
여기서 유우 군이라고 부를 수는 없으니까.
목소리를 높였던 이즈미는 순식간에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이즈미의 말을 들어보니 그럴 듯 했다. 마코토는 지금 변장을 하고 있는 상태였고, 어지간해서 유우 군이라는 호칭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불러올만 했다. 학교도 아니니 말이다. 그제야 알아차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마코토를 보는 이즈미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그 한숨 뒤에는 귀여워 죽겠다는 사랑스러운 눈빛이 가득 담겨 있었지만 말이다.
4. [구간] SPOTLIGHT
:: 이즈미한테 낚인 마코토가 이즈미 팬클럽 패션으로 나이츠 라이브 응원을 갑니다.
* 리츠마오 요소 있음
A5|중철제본|16P|\2000
처음 그를 본 것은, 스포트라이트가 번쩍이는 런 웨이 위에서였다. 지금도 뚜렷이 기억나는 것은, 두려운 것이라고는 없는 사람처럼 당당한 표정과 자세로 발걸음을 옮기는 그의 모습이었다. 제 또래라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저와 고작 한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그 모습이,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제 또래 그 누구보다도 빛나는 그의 모습이, 어린 나이의 유우키 마코토의 머릿속에 새겨진 것은 바로 그 때였다.
누구보다 빛났고, 눈부셨던, 세나 이즈미. 그의 존재는 어린 시절의 마코토에게는 그렇게 기억되었다.
설령 그 기억이, 시간과 함께 점차 변색되기 시작했더라도.
*
“그래서, 유우 군은 지금 어디 가는 길?”
“연습실에 좀…. 나는 아직 멀었으니까.”
이즈미 씨나, 트릭스타의 다른 멤버들과는 달리. 덧붙는 말을 마코토는 애써 삼켜냈다. 숨길 말도 아니었고, 그의 뇌리 속에 항상 존재하는 말이었지만 그것을 굳이, 이즈미의 앞에서 말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항상 모델일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자고 하는 이즈미의 앞에서는.
“흐―응. 열심히네, 유우 군. 그 열정을 모델로 돌아가는 데 쏟는 쪽이 이 형아는 기쁠 테지만”
“으으, 그 얘기는 그만 해줬으면 하는데…. 이즈미 씨는, 집에 가는 길?”
“하아? 그럴 리가 없잖아. 유우 군 아무리 나한테 관심이 없어도 너무한 거 아니야? 다음 주에 라이브 있다고, 여기저기 포스터 붙어 있는데.”
“라이브?”
이즈미의 물음에 되물은 마코토는 얼핏 떠오르는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그러고 보니, 이사라 군이 얘기했던 것 같기도 하고…. 분명히 리츠 군이 무슨 일이 있다고 들었던 것 같기도 했다. 자신의 일도 버거운데다가, 리츠 군이라면 이사라 군이 있으니까♪하고 가볍게 넘겨 버린 것 같기도 했다.
“나이츠 라이브였구나….”
“정말, 완전 짜증나! 아무리 그래도 너무 한 거 아냐, 유우 군? 나한테도 좀 관심을 가져주면?”
“으음, 미안해. 이즈미 씨….”
반박할 여지도 없는 일이었기에, 마코토는 두 손을 모아 이즈미에게 사과했다. 아이돌이고, 외부의 일에도 때때로 참여하는 일이 있다고는 해도 나이츠나 트릭스타는 기본적으로 유메노사키 학원의 소속이었다. 때문에 학교의 일을 기본으로 움직였고, 외부의 일에 참가한다고 하면 유메노사키 학원 내에 가장 많은 홍보 포스터가 붙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니 유메노사키 학원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학교 내외의 이벤트에 어느 유닛이 참여하는지 모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즈미가 소속된 유닛은 유메노사키의 전통을 이어가는, 명실상부 큰 맥을 이어온 강호 나이츠였다. 다른 소규모 유닛이라면 모를까, 유메노사키 학원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나이츠의 홍보를 허투루 했을 리가 없었다. 그러니 이렇게 관심을 두지 않고, 이즈미가 라이브에 참가한다는 것 자체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명백히 마코토의 무관심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정말 너무하네, 유우 군.”
“고의가 아니라, 요즘 정신이 없어서…”
“아이돌로서도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냐? 라이벌이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 지 봐야 자신이 발전한다는 것도 모르는 건 아니겠지? 아아, 역시 유우 군은 아이돌 그만 두는 편이 좋을 텐데.”
으으. 당연하다는 듯 이어지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이즈미의 결론에 마코토는 작게 앓는 소리를 냈다. 이즈미 씨는 이렇게 말할 줄 알았어. 결론 빼고는 틀린 말이라고는 없었으니 무어라 반박하지도 못하고, 마코토는 중얼거림을 속으로 삼켰다. 마코토가 심리적으로 궁지에 몰렸다는 것을 알아차린 이즈미는 작게 혀를 찼다. 정말이지, 유우 군은 더 화낼 수도 없게 한다니까. 자신이 마코토에게 약하다는 것을 잘 아는 이즈미는 이번에도 한 수 접어주기로 했다. 그렇다고 해서, 쉽게 넘어가 줄 생각은 없었지만.
“유우 군, 나한테 미안하지?”
“으, 응? 당연하죠! 진짜, 진짜로 미안해요, 이즈미 씨!”
“그럼 형아가, 유우 군한테 부탁이 있는데.”
저를 향해 샐쭉이 웃는 얼굴. 다시 오소소, 피부에 소름이 돋았다. 미소를 만면에 띠우고, 살랑살랑 부드럽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말하는 이즈미의 모습에 어쩐지 뒷목이 싸늘한 것은 왜일까. 어쩐지 불안하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마코토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바로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토끼의 마음일까, 하고 저도 모르게 넌지시 생각하면서.
*
“이건 말도 안 돼….”
“아아, 역시 유우 군! 어울리지 않는 게 없다니까!”
이런 거, 절대 어울릴 필요 없거든요….
바닷빛을 담은 푸른 눈동자가 제 모습을 담고 반짝이고 있었다. 그 눈동자에 비추어진 제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마코토는 애써 이즈미의 시선을 피했다. 그렇다 해서 평소 딱딱한 표정을 하고 있는 얼굴이 한껏 풀어져, 홍조마저 띠고 있는 모습을 떨쳐낼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시선을 이즈미에게서 떼어냈다고 해서, 괴로움이 덜해지는 것도 아니었다. 제 몸을 칭칭 휘감은 것들 하나하나가, 무거운 짐처럼 마코토의 몸을 짓누르고 있었으니.
“정말 잘 어울려, 유우 군. 사진 찍어도 돼?”
“안 찍기로 약속 했잖아요!”
“하지만 이렇게 잘 어울리는데?”
“안돼요! 이즈미 씨만큼은 유명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나도 일단 아이돌이라구!”
이 이상 트릭스타의 모두에게 폐 끼칠 수는 없으니까!
마코토의 말에 이즈미는 불만인 듯 입을 비죽였다. 그러나 약속을 했으니 어쩔 수 없었는지, 꺼내려던 마코토 전용 카메라를 가방 속에 집어넣었다. 그런 이즈미를 보며, 마코토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이 꼴을 하고 있는 것도 알려지면 난리가 날 텐데, 사진까지 남길 수는 없었다.
정말 이게 뭐람.
마코토는 한숨을 폭 내쉬며,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평소 아무 것도 없거나, 때때로 리스트 밴드가 자리하고 있던 그의 손목에, 푸른색 고무재질의 밴드가 채워져 있었다. 그 밴드에는 선명한 하얀색으로 ‘SENA IZUMI'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고 말이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었다.